까마귀의 엄지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0
미치오 슈스케 지음, 유은정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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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쾌한 사기극? 작가의 이름을 보고는 호기심이 생겼으나, 이런 컨셉의 추리소설이 이미 많이 소개된 상태라 실망감도 함께 갖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제62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작이라는 네임밸류도 무시할 수 없었고요(실망하는 작품도 가끔 있었지만, 대체로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작들은 제 취향에 잘 맞더군요). 사채조직에게 가족과 꿈, 희망을 모두 잃은 두 중년 남자의 의기투합. 뭐 그렇다고 대단한 것은 아니고, 소소한 사기를 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소매치기 소녀(와 언니, 언니의 애인)까지 만나면서 기이한 동거생활이 시작됩니다. 기이한 동거인들의 유쾌한 사기극? 이거 너무 뻔하지 않나? 처음에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미치오 슈스케이고,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작인데 이거 너무 예상대로 스토리가 흘러가는 것 아닌가? 중반 이후부터 탄력을 받기 시작합니다. 사채조직에게 매번 당하기만 하던 다섯 명의 지질한 실패자들이 반격을 시작하거든요. 사채조직과 지질한 동거인들의 대결(일명 앨버트로스 작전). 꽤나 진지한 상황임에도 역시나 유머를 잃지 않습니다. 사채 때문에 가족을 잃은 인물들이 등장함에도 슬프거나 뭐 그렇지가 않습니다. 따뜻함과 유머스러움, 그리고 추리소설의 재미까지 암튼 줄 수 있는 모든 재미는 오버하지 않으면서 주는 작품입니다. 물론 초반부에 살짝 지루함이 있을 수도 있지만 중후반의 재미를 생각하면 충분히 용서가 됩니다.

  까마귀는 무엇일까? 그리고 엄지는? 엄지에 대해서 참으로 감동적인 에피소드가 나옵니다. 엄지는 이 작품에서 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복선과 반전, 반전의 반전, 따뜻함과 유머, 그리고 감동의 메시지까지… 읽고 나면 가슴이 후련하고, 마음이 훈훈해집니다. 물론 완전히 속았다는 속상한 마음도 들지만요. 정감 가는 캐릭터, 이야기의 구성, 추리소설적인 장치(복선과 반전), 진솔한 이야기의 희망의 메시지 등등 정말 이야기를 아기자기하고 유쾌하고 재미있게 잘 풀어냈네요. 이번 작품은 아마도 미치오 슈스케의 작품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작품이 아닐까 싶네요(아마도 드라마나 영화로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텍스트도 물론 좋지만 영상으로 풀어내기에 더 좋은 작품). 책장을 덮는 순간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읽고 싶게 만드는 마력이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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