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연속 살인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113
사카구치 안고 지음, 유정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1월
평점 :
품절




  등장인물이 많아서 사건을 추리하는 것보다 이름 외우는 것이 더 어렵다는 평들이 많아서 반신반의했던 작품이었는데,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네요. 물론 등장인물이 많기는 하지만 사건을 추리하는데 크게 걸림돌이 될 정도는 아닙니다. 이름이 헷갈리면, 앞장의 등장인물 안내도를 보면서 읽으면 충분합니다. 암튼 등장인물 문제는 이쯤에서 넘어가고, 본론으로 들어가면 1940년대에 발표된 작품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현대적이면서도 추리소설로도 훌륭했습니다.

  불륜, 간통, 심지어 남편이 보는 앞에서 아내를 유혹하는 등 요즘 시점에서도 전혀 이해하기 힘든 음란한 짓에 미친 (또한 매우 비도덕적인) 그런 예술가들이 대거 등장합니다. 산간마을에 있는 친구 집에 이들이 모여서 여름을 보냅니다(물론 이 중에도 초대받지 않은 손님도 등장하지만요). 그런 와중에 교살, 독살 등의 연속적인 살인사건이 벌어집니다. 사람이 연속적으로 죽어나갑니다. 그래도 이들은 즐깁니다. 여자를 유혹하고, 음란한 짓을 하며, 섹스 할 곳을 찾아 돌아다닙니다. 정상적인지 않은 친구들이죠. 암튼 폐쇄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살인과 쾌락. 탐미적이라고 할 수도 없는 외설적인 분위기가 참으로 묘합니다.

  밀실트릭, 알리바이트릭 모두 아닙니다. 이 소설에서는 바로 “맹점”을 공격합니다. 불연속적인 살인인가? 아니면 연속적인 살인인가? 범인은 한 명인가? 아니면 공범인가, 그것도 아니면 다수인가? 범행의 동기는 무엇인가? 복잡하게 꼬인 사건(많은 등장인물의 등장도 한 몫 하죠)의 마지막 탐정 박사에 의해서 깔끔하게 해결됩니다. 심리적 추리방법에 의해서 (사실 범인이 너무나 대담하게 범행을 저질러서 증거가 거의 없습니다. 심리적 허점을 파고드는 방법 외에는) 이 복잡하게 꼬인 사건의 실타래를 풉니다. 암튼 작품의 외설적인 분위기나 비꼬인 성격을 가진 등장인물들의 등장(사람이 죽어나가는 와중에도 서로를 비방하고, 음란한 짓을 하려고 합니다),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계속 벌어지는 살인사건, 마지막 명쾌한 사건 해결. 깔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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