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교전 1 악의 교전 1
기시 유스케 지음, 한성례 옮김 / 느낌이있는책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미스터리와 SF, 호러 장르를 다양하게 넘나들며 수준 높은 작품들을 발표하고 있는 기시 유스케의 신작으로 2011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수상작입니다. 『유리망치』나 『푸른 불꽃』 등의 미스터리보다는 『열세 번째 인격-ISOLA』나 『검은 집』 등 호러소설에 더 가까운 작품입니다. 초반(1권)까지는 미스터리한 분위기로 이야기를 이끌어가지만 중반1(2권)부터는 완전 호러소설로의 반전입니다. 기시 유스케 작가의 심정의 변화인지는 모르겠으나 후반으로 갈수록 악하게, 지독하게, 잔인하게 변하네요. 사실 『검은 집』만 봐도 이 작가가 그리 인간의 선에 대해 옹호하는 입장이 아님은 알 수 있지만, 이번 작품 『악의 교전』은 그 끝(절망)을 보여주네요.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 절대 악의 그 끝을 (평화로워야 할) 학교를 배경으로 아주 적나라하게, 노골적으로, 그리고 직설적으로 까발립니다. 사실 이렇게까지 많이 나가는 작가가 아닌데, 이번 작품에서는 아주 가차 없네요.

  학교를 배경으로 사이코패스 살인마가 등장하는 호러소설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살인마는 누구일까?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겠으나 사실 초반에 이미 범인이 밝혀집니다. 살인마와 희생자(?)들의 교차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이미 범인을 밝힐 상태에서 사건이 전개되거든요. 보통의 살인마(복수, 원한, 돈 등의 뚜렷한 동기와 목적을 지닌 범인)가 아닌 일반인의 사고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사이코패스 살인마를 등장시켜, 평온해야 할 학교를 무시무시한 공포의 장소로 탈바꿈 시킵니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장소. 가식과 가면, 그리고 그 속에 숨은 실체. 폭력 교사, 왕따 학생,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를 학교에서 해소하는 학부모, 성추행과 성폭행 등 학생이나 교사나, 학부모나 모두가 미친 것 같습니다(그 속에 속해 있으면 모르나 밖에서 보면 알 수 있는). 너무 작가가 오버한 것 아닌가? 이거 청소년단체나 학교단체 뭐 이런 곳에서 금서 딱지 붙이지나 않을까 살짝 걱정스럽더군요. 사실 사이코패스 살인마보다 그런 폭력적 학교 시스템에 길들여진 학생이나 교사들이 더 무섭더군요. 문제의식을 전혀 갖지 않고, 그냥 일상적인 삶이 되어버린 학교. 이 학교가 가장 무서운 존재가 아닐까 싶은 그런 생각도 잠깐 들었습니다.

  절대 선과 악이 있을까요? 요즘 인터넷을 보면 사실 많이 헷갈립니다. 누가 정말 나쁜 사람일까? 그렇다면 저 사람의 행동은 과연 착한 짓일까? 그런 착한 일도 정말 마음속에서 우러나온 행동일까? 아니면 보여주기 식의 가식일까? 가식이라도 착한 일은 착한 일일까? 모두에게 손가락질 받는 저 사람은 정말 악인일까? 환경에 따라 착한 사람이 되기도 하고, 나쁜 사람이 되기도 하겠죠. 인간의 본성은 악할 수도 있고, 선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암튼 그런 인간의 본성에 대해 작가는 사이코패스를 등장시켜 질문을 합니다. 과연 이 세상에 절대 악/선은 존재할까? 사실 굉장히 우울했습니다. 세상이 점점 미쳐가는 것 같거든요. 사랑, 용서, 화해 등의 단어들은 도덕교과서에나 볼 수 있는 그런 죽은 단어가 되어버린 것 같거든요. 경쟁을 통해 죽이고, 나에게 조금이라도 피해를 준 사람에게는 철저하게 복수하고… 받은 만큼 돌려주는 세상. 학교가 배경일 뿐, 사실 지금의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아요. 그만큼, 인간의 본성은 점점 사악해지는 것 같아요. 정말 무서운 세상인 것이죠. 소설 속 사이코패스가 무서운 것이 아니라 사악한 현실 세계에 점점 무감각해지는 보통 사람들이 정말 무서운 것이죠. 기시 유스케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공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네요. 자가 반복이 아닌 새로운 문제 제시, 그리고 철저한 자료 조사와 소름 돋는 묘사들, 정말 제대로 이름값 하는 작가가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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