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견 마사의 사건 일지
미야베 미유키 지음, 오근영 옮김 / 살림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나치게 학대하다 죽어 버리면 돈을 주고 다시 사면 된다. 생명이라는 것은 돈으로 쉽게 살 수 있으므로. (「마사, 빈집을 지키다」(p.335))

  명탐정이 아닌 명탐견이 미지의 사건을 해결하는 추리소설로, 1989년에 발표한 『퍼펙트 블루』의 후속 작입니다. 명탐견 ‘마사’가 주인공인 옴니버스 소설로 잔잔한 사건부터 꽤 섬뜩한 사건까지 꽤 다양한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심지어 「마사의 변명」이라는 작품에서는 작가 미야베 미유키가 등장하여 믿을 수 없는 사건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그런 이야기. 암튼 작가 미야베 미유키가 좋아하는 노인, 아이, 여자, 동물이 등장합니다. 사실 노인은 등장하지 않지만 명탐견 마사가 나이가 많습니다. 미야베 미유키는 약자에 대한 애정이 정말 각별하죠. 개의 눈으로 바라 본 잔인하고 추악한 인간 세계가 묘사되고 있습니다. 동물을 학대하고, 약자를 학대하고, 돈을 위해 팔아서는 안 될 것까지 팔아버리는 인간들, 과연 개가 인간들의 행동과 언어를 이해한다면 어떻게 생각할까요?

  미야베 미유키의 대부분의 추리소설이 그렇듯이 『명탐견 마사의 사건 일지』 작품도 참으로 따뜻합니다. 그리고 유머스러합니다. 명탐견 마사의 능청스러움이 많은 웃음을 유발시킵니다. 그리고 마사와 함께 살고 있는 히스미 가족들도 재미있고 참으로 따뜻합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범죄는 무척 잔인한 반면, 그러한 사건을 해결하는 히스미 가족들과 명탐견 마사는 밝고 긍정적이며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잔인하고 흉악한 범죄와 따뜻한 감성을 가진 인간들,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인간 사회를 잘 파헤치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무겁다가도 가볍고, 슬프다가도 웃깁니다. 이야기의 완급 조절도 괜찮습니다. 단, 소소한 사건을 다룬 단편도 있어서 다소 싱겁기도 합니다. 「마사, 빈집을 지키다」라는 단편에서는 각종 동물들이 등장하여 주인공 마사와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동물들도 서로 대화를 합니다. 명탐견 마사의 활약이 가장 돋보이는 단편이죠.

  물질 만능주의, 폭력성향, 동물 학대, 인간으로서는 차마 저지를 수 없는 잔혹한 범죄 등 소설에 등장하는 사건들 자체는 무척 무겁지만, 주인공이 주인공인지라 이야기는 밝게 전개됩니다. 따라서 먹먹함이나 불편함은 적습니다. 살짝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고 할까요? 물론 씁쓸함도 함께 남지만요. 미야베 미유키 식의 소소한 재미는 확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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