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나더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현정수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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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각관의 살인>, <시계관의 살인>, <미로관의 살인> 등의 《관시리즈》를 발표한 신본격 미스터리의 대표 작가 아야츠지 유키토의 청춘 호러 미스터리 작품입니다. 사실 청춘 호러 미스터리는 아야츠지 유키토에게는 그리 생소한 장르는 아니지 않을까 싶네요(청춘이 등장하고, 밀폐된 공간에서 사람이 연속적으로 죽어나가고 등등). 물론 <십각관의 살인>의 등장인물이 대학생인 것에 반해 <어나더>에서는 중학생이라는 다소 어린 연령층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켰지만 뭔가 낭만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감성에 있어서는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청춘은 언제나 그리움을 동반하는 잔인한 추억이니까요. 이야기가 샛길로 빠졌는데, 암튼 장르는 호러 미스터리이지만 본격 미스터리만의 재미도 충분히 갖춘 작품입니다. 누가 뭐라 해도 아야츠지 유키토는 본격 미스터리 작가이니까요.

  <어나더>는 요미키타 중학교의 3학년 3반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기이한 ‘현상’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끔찍한 죽음을 다룬 작품입니다. 있어서는 안 될 누군가가 있게 되면서 뭔가 꺼림칙한 죽음이 발생합니다. 아버지의 일 때문에 요미키타 중학교로 전학을 온 코이치와 ‘없는 존재’ 취급을 당하는 안대 소녀 메이는 파헤쳐서는 안 될, 알아서는 안 될 사건에 호기심과 두려움, 불안감 때문에 점점 깊숙이 들어갑니다. 과연 무엇이?(무엇이 3학년 3반에 ‘없는 존재’를 만들었을까?), 왜?(이유가 무엇일까?), 어떻게?(그렇다면 어떻게 했을까?), 누가?(올해는 그렇다면 누가 ‘없는 존재’일까?) 이러한 의문들에 대한 해답을 알아내야 합니다. 물론 초자연적인 현상에 대한 의문은 잠시 접어두고요.

  아야츠지 유키토 작품의 특징은 우선 가독성이죠. 정말 쉽고 빠르게 읽힙니다. 거의 히가시노 게이고와 맞먹을 정도의 가독성을 자랑합니다. 640페이지의 많은 분량임에도 전혀 부담감이 없습니다. <어나더>는 《관시리즈》와는 많이 다릅니다. 본격 미스터리에서도 살짝 벗어난 작품입니다. 따라서 《관시리즈》를 기대한 독자들은 ‘뭐지?’ 싶은 기분도 들지 않을까 싶어요. 앞에서도 말했지만, 굳이 장르를 구분하자면 청춘 호러 (본격) 미스터리입니다. 장르가 (초자연적) 호러이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 자체에 대해서는 논리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하지만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는 마지막장 ‘Who?’에서 다 밝혀집니다. ‘Who?’에서 앞장에서 깔아 놓았던 복선들이 드러나고 궁금증들도 밝혀집니다. 물론 약합니다. 그러나 재미는 충분합니다.

  범인이 밝혀지기까지의 내용이 조금 긴 듯한 느낌도 들지만(순간 <암흑관의 살인>이 생각나더군요), 이 작품의 주된 재미는 ‘범인 찾기’가 아닙니다. 3학년 3반에서 벌어지는 뭔가 알 수 없는 공포스러운 분위기, 그러면서 드러날 듯 드러나지 않는 수수께끼들, 두려움과 호기심의 그 경계의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아닐까 싶네요. 아야츠지 유키토의 새로운 시도임에는 분명한 작품입니다. <암흑관의 살인>에서는 (분위기를) 너무 많이 나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 작품 <어나더>에서는 그런 단점을 나름 보완한 느낌이 드네요. 본격 미스터리적인 재미는 보너스로 생각하시고, 청춘 호러 미스터리라는 장르에 중점을 두고 이 작품을 읽는다면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뭔가가 딱딱 맞아 떨어지는(완전 논리적인) 본격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들은 그 점을 감안하고 읽으시기 바랍니다. 아야츠지 유키토의 새로운 시도 과연 어떤 반응을 불러올지 내심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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