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파범 여기자 안니카 시리즈 1
리자 마르클룬드 지음, 한정아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스웨덴 출신의 기자이자 추리 작가인 리자 마르클룬드의 데뷔작으로 범죄 전문 기자인 여기자 〈안니카 벵트손〉 시리즈의 첫 작품이기도 합니다. 스웨덴 추리소설의 붐이 오는 것일까요? 『밀레니엄』의 스티그 라르손도 스웨덴 작가죠(이 작가는 참 안타까운 것 같아요). 폭파범의 폭파 사건을 다루고는 있지만, 그 사건의 중심에는 바로 신문사가 있습니다. 자녀가 있는 여자가 남자들의 세계인 신문사에서 남자기자들과 벌이는 투쟁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작가는 10년간 수사 담당 기자로 활동을 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그런지 신문사의 모습이 무척 사실적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정말 저 정도일까 싶을 정도로 성공한 여자 기자가 받는 차별과 수모가 장난 아니더군요. 남자들만의 세계라고 여겨졌던 곳에서 여자로서 살아남는 과정이 무척 잘 그려져 있습니다. 제게는 범죄추리소설보다는 직장 내에서의 남녀차별과 불평등 문제를 고발하는 소설로 보이더군요.

  블랙캣 시리즈를 통해서 북유럽 소설들은 살짝 접했는데, 북유럽 추리소설은 안개가 낀 거리를 거니는 느낌이 많이 들더군요. 뭔가 뿌연,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안개 속을 걷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딱 영화 『인썸니아』가 생각나더군요. 일본 추리소설에 비해 사건 전개가 느리고, 무척 디테일하게 묘사가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집요합니다. 주인공이 기자이다 보니 정말 집요하게 사건에 달라붙더군요. 따라서 자극적인 속도 위주의 추리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다소 답답할 수가 있고, 반면 느리면서도 묵직한 추리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무척 환호할만한 그런 작품이 아닐까 싶네요. 크리스마스를 일주일 앞둔 어느 날 스타디움이 폭발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그 스타디움은 올림픽 준비를 위해 공사하고 있는 건물인데, 산산조각 난 시체와 함께 발견됩니다. 과연 범인은? 그리고 왜? 혹시 올림픽에 대한 테러 행위는 아닐까? 여기자 안니카는 이 사건의 팀장을 맡게 됩니다. 외부의 적을 파헤치면서 내부의 적과도 싸워야 하는 이중의 곤경에 처하게 됩니다(남자들의 찌질 한 모습도 노골적으로 묘사됩니다. 여자 상관은 절대 인정을 못하는 것이겠죠). 이 부분이 정말 징그러울 정도로 세세하게 묘사가 됩니다.

  무척 현실적이면서도 사실적인 사건들과 내용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건의 이면이 드러나면 통쾌함보다는 뭔가 씁쓸하고 우울한 기분이 많이 들더군요. 사회적인 문제나 잔인한 범죄는 그 범죄 당사자만의 문제일까? 그런 생각도 들었고요. 조금만 사회가 올바르고(그렇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주변 사람들이 조금만 더 관심과 애정을 갖는다면 범죄도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결국 잔인한 범죄는 사회가 만드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암튼 그런 내용들이 여기자 안니카가 폭파범을 쫓으면서 하나 둘씩 드러납니다. 폭파범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과 언제 어떤 모습으로 드러날지에 대한 긴장감, 그리고 사회의 어두운 단면에 대한 냉철한 묘사 등 데뷔작치고는 무척 안정감이 있으면서도 이야기가 묵직하네요. 이야기의 빠른 전개나 충격 반전 등의 자극성은 없으나, 작품의 무게감과 깊이는 확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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