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해자 1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북스토리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이 잔인하게 무너지는 이야기.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치고는 유머가 거의 없더군요. 사실 오쿠다 히데오는 뭐라 정의내리기 힘든 작가 같아요. 소재에 상관없이 유쾌하고 재미있는 글을 잘 쓰는 작가 정도. 암튼 『방해자』의 내용은 꽤 무겁고 묵직합니다. 마치 사회파 드라마를 본 느낌이라고 할까요? 믿음직한 남편과 토끼 같은 자식들과 정원이 있는 집에서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평범한 주부 교코7년 전 아내를 잃고 삶의 의욕을 완전히 잃은 강력계 형사 구노의 이야기가 교차로 진행되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물론 불량학생 유스케의 시점에서도 이야기가 진행은 되지만 비중은 조금 작네요. 암튼 사건의 발단은 시게노리(교코의 남편) 회사의 방화사건으로 시작됩니다. 인명 피해는 없고, 재산 피해도 별로 없는 사소하다면 사소한 방화사건이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어떻게 파고들고, 어떻게 파괴시키는지를 잔인하게 보여줍니다. 왜? 하필이면 내가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가? 미스터리는 다소 약하지만 사회적인 문제는 꽤 적나라하게, 사실적으로 파헤칩니다(동네마트에서 평범한 주부 교코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 문제를 놓고 마트 측과 싸움을 벌이는 장면은 압권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내용입니다. 그만큼 분노와 허탈감도 컸고요. 사는 것이 이런 것이란 말인가? 이렇다면 너무 잔인하지 않은가? 암튼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결말은 다소 심심합니다. 그런데 그 심심함이 오히려 작품을 더 돋보이게 합니다. 의외의 결말이나 반전은 없습니다. 그냥 예측하는 대로 이야기가 흘러갑니다. 평범한 삶이 무너지는 것을 그냥 지켜만 보는 것이 얼마나 잔인한 것인지는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오히려 이런 무미건조한 결말이 좋더군요. 여운도 없고, 기대감도 없게 만들어 버리는 그런 결말이 말이죠. 소설 속 주인공들은 또 다시 그냥 하루하루를 살아 갈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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