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딱 한 개만 더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거짓말을 감추려고 하면 좀 더 큰 거짓말을 하게 되지요.”(p.49)

  누구에게나 감추고 싶은 비밀은 있기 마련이죠. 소소한 비밀일 수도 있지만, 자신의 존재 자체를 무너뜨릴 수 있는 엄청난 비밀일 수도 있죠. 그런 비밀을 지키기 위해 사람들은 거짓말을 합니다. 그런데 만약 그 거짓말이 자신이 그동안 지탱해 온(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지켜 온) 것을 와르르 무너뜨릴 수도 있다면? 자신의 목숨보다 중요한 것이라면? 그러한 거짓말이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순간 어떻게 될까요? 사실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게는 별로 중요하지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거짓말에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지키려고 필사적으로 노력을 하는데, 지독하고 잔인하고 무섭다는 생각보다는 안타깝고 연민이 느껴지더군요. 가가 형사 시리즈 중에서 유일한 단편집 『거짓말, 딱 한 개만 더』는 대체로 이런 내용과 감정들을 담고 있습니다. 무언가를 감추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머리는 냉철하지만 가슴은 따뜻한 가가 형사는 이런 거짓말을 집요하게 파헤칩니다. 그리고 진실은 드러납니다. 범인은 자신의 거짓(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안도감을 느끼게 됩니다.

  『거짓말, 딱 한 개만 더』는 가족 이야기가 많더군요. 결혼 후 남편의 아내로서만 살아가는 것이 행복할까요? 아이의 성공(재능을 인정받아서)을 위해 남편과 이혼까지 하면서 뒷바라지를 하는 것이 과연 (아이나 엄마에게) 행복할까요? 결혼 후 사랑의 감정이 떠난 배우자와 그래도 끝까지 계속 사는 것이 과연 행복할까요? 결혼은 꼭 지켜야만 하는 것일까요? 가족은 무조건 희생을 해야만 하는 그런 가치가 있는 것일까요? 정답은 모릅니다. 행복하지도 않은데,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네요. 현대 사회문제를 날카롭게 파헤치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트릭보다는 사회적인 문제에, 방법(어떻게)보다는 동기(왜)에 중점을 둔 단편들이 많습니다. 따라서 (조금 아쉬운 분들도 있겠지만) 가가 형사의 존재감은 크지가 않습니다. 사건을 해결하기는 하지만, 가가 형사의 생활상이나 감정들은 전혀 드러나지 않습니다. 사건이 발생하면 스윽 나타나서 멋지게 해결하고 퇴장을 한다고 할까요? 가가 형사의 내면보다는 범인들의 내면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조금 아쉬울 수도 있지만, 그래야만 하는 구조이기도 해요. 다양한 사회적인 문제를 가가 형사 혼자 다 겪을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이 작품에 트릭은 없는 것일까? 본격이 아닌 사회파 미스터리에 가까운 단편집이라(가가 형사 시리즈 자체가 본격보다는 사회파에 가깝죠) 그런 오해가 생길 수도 있는데, 물리적 트릭은 별로 나오지 않지만 심리적 트릭은 꽤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가가 형사가 범인으로 의심되는 인물과 일대 일로 대화를 하는 장면들이 많은데, 정말 기가 막히게 범인의 심리의 허점을 파고들어 진실을 밝혀냅니다. 이 과정에서 가가 형사의 매력도 느끼실 수 있습니다. 집요한 수사, 그러나 범인에 대한 따뜻한 배려도 잃지를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무척 공감하면서 읽은 작품이었습니다. 보통은 범인(특히 살인자라면)을 증오하거나 미워하게 되는데 이번 작품들에 등장하는 범인들은 그런 생각이 별로 들지를 않더군요. 그냥 안타깝고 안타까울 뿐. 단편이라 부담도 없고, 군더더기 없는 내용과 복잡하지 않은 심리 트릭이라 이해도 쉽고 가독성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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