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수탑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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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마의 공놀이 노래』와 함께 1950년대 후반의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라고 하는데, 미스터리적인 요소가 약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악마의 공놀이 노래』만큼 재미는 별로 없네요. 요코미조 세이시가 긴다이치 코스케 탐정을 데려와 쓴 유치한 삼류 통속소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네요. 긴다이치 코스케 탐정을 굳이 이 작품에 등장시킬 필요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존재감이 희미합니다. 통속소설이 나쁜 소설은 아니죠. 연애소설도 물론 그렇고요. 그러나 요코미조 세이시에게 통속소설은 조금 안 맞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21세기에 20세기 중반에 쓰인 통속소설을 읽으려니 무섭고 에로틱한 장면도 무척 코믹하게 느껴지네요.

  이 소설은 오토네라는 젊은 여성의 시점으로 진행되는데, 이 처자의 독백이나 내뱉는 대사는 정말 손발이 오그라듭니다. 사실, 끔찍한 일을 겪은 여성의 혼란스럽고 불안한 내면을 묘사한 장면일 텐데, 촌발 날리는 대사로 인해 웃음이 나옵니다. 마치 60-70년대 한국 멜로영화를 본 느낌이라고 할까요?(“나 잡아봐라” 하면서 여자가 느리게 달리는 장면. 그런 장면을 봤을 때의 손발의 오그라듦) 물론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답게 (겉으로 보기에는 웃기지만) 뜯어보면 상당히 잔인하고 광기어린 장면이기는 합니다. 60-70년대 한국 멜로영화의 성인버전이라고 할까요? 결론적으로 서스펜스 스릴러로서의 매력도 제게는 별로 없었습니다. 야한 장면인데 웃음이 나오면 안 되잖아요?

  다음으로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살펴보면, 기존의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에서 전혀 벗어나지를 못하네요. 의외의 범인(?)은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에서는 너무나 흔한 범인이고, 무엇보다 이 작품은 트릭이 거의 없습니다. 놀랄만한 반전도 당연히 없고요.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에서 기대하게 되는(또는 긴다이치 코스케 탐정에게서 기대하게 되는) 그런 요소가 별로 없습니다.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색적인 작품, 미스터리적인 요소가 약해서 흥미가 없고, 그 당시의 통속적인 내용은 지금 받아들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네요. 저는 이 작품을 무척 웃으면서 봤습니다. 작가는 그런 의도가 물론 아니었겠죠. 오토네라는 이 아가씨의 행동이나 대사, 속마음을 표현한 문장들은 정말 웃겼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호기심으로 읽어봤던 삼류 야설이 생각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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