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몽
야쿠마루 가쿠 지음, 양수현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일본 형법 제39조의 “심신상실자(정신분열증)의 행위는, 이를 벌하지 않는다.”는 부조리한 법률의 문제의식도 강조하면서 (순수 추리) 미스터리로서의 재미도 과연 만족시킬 수 있을까? 아쉽게도 두 마리 토끼를 잡기는 하였으나 잡은 토끼가 살짝 부실하네요. 마지막 결말(반전)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조금 지루하더군요. 세 살 된 외동딸을 잃은 피해자 아버지가 살인범을 감시하는 그 과정이 너무 길게 느껴졌습니다. 중반을 살짝 넘어가면서부터는 속도감이 붙는데, 그 전까지는 살짝 지루합니다. 사실 주제의 묵직함을 생각하면 반전이 그다지 중요한 작품은 아닌데, 마지막 반전 때문인지 살짝 주제 의식이 묻히는 감도 없지 않아 있네요. 전반적으로 반전 때문에 지루하지 않아서 좋기는 좋은데, 심신상실자의 범죄 행위에 대한 미약한 처벌 문제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하지 않게 되는 것 같네요. 제 결론은 역시나 이런 범죄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무차별 살인이라고 하죠. 동기도 없이 그냥 아무나 죽입니다. 그런데 그냥 살인을 즐기는 인간들도 분명히 있다는 것이죠. 이들도 정신이 온전치 못하다는 이유로 교도소가 아닌 정신병원으로 가는 경우도 있는 것 같고요. 피해자 유족을 생각하면 이런 범죄는 더 판단이 힘들어집니다. 암튼 어려운 문제 같아요. 정신이 병이 든다는 것은 육체가 병이 드는 것에 비해 훨씬 더 고통스러울 것 같아요. 책을 다 읽은 후에는 분노도 동정심도 아닌 슬픔이 밀려오네요. 데뷔작 「천사의 나이프」에 비해서는 사회 비판이나 본격 추리 모두 조금 약한 느낌이 드네요. 결말에서의 뒤집기(반전)가 오히려 작품의 수준을 깎아먹는 느낌도 들고요. 그래도 뭐 반전이 있으니 이런 머리 아픈 이야기도 나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살짝 드네요. 재미는 확실히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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