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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드에 안녕을 ㅣ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7
우타노 쇼고 지음, 현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평점 :
우타노 쇼고는 1988년 『긴 집의 살인』이란 작품으로 데뷔를 하였고, 아리스가와 아리스, 야아쓰지 유키토 등과 함께 ‘신본격 1세대’로 불립니다. 그러니까 요지는 절대 신인 작가는 아니라는 얘기죠. 그럼에도 그의 변신과 변화에는 항상 놀라게 됩니다. 아직까지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작품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좀 더 많은 작품들을 읽으면 생각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는 작가의 노력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 처음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만을 읽었을 때에는 그냥 독자를 깜짝 놀라게 하는 충격 반전만을 노린 그저 그런 작가로 생각했는데, 최근 국내에 소개되는 작품들을 계속 읽어보니 이 작가 내공이 장난 아니더군요.
이번 11편의 단편이 실린 소설집 『해피엔드에 안녕을』은 트릭보다는 인간 내면의 어두운 심리를 표사한 작품들이 많습니다. 물론 트릭과 반전도 빼 놓을 수는 없고요. 그리고 제목처럼 엔딩이 어둡습니다. 인간은 1%의 행복했던 기억(과 추억)으로 99%의 불행을 견디면서 산다는 사고방식을 가진 제게는 무척 잘 맞는 작품이었습니다. 물론 작가의 이름만을 보고 작품을 선택할 때는 그 작가에 대한 어떤 기대치가 있습니다. 우타노 쇼고는 독특하고 새로운 어떤 트릭을 기대하는 작가인데, 그런 기대치에는 조금 못 미쳤지만, 그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는 있었습니다. 국내에 소개된 우타노 쇼고의 작품 중에서는 조금은 이질적인 작품이 아닐까 싶네요.
오해와 편견, 진실과 거짓, 집착, 호기심, 질투, 욕망, 과도한 친절 등 인간이라면 누구나 이러한 면을 가지고 있죠. 그러한 것이 성공이나 행복에 일조하기는 하지만, 때로는 파멸과 불행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죠. 『해피엔드에 안녕을』에 수록된 작품들은 전자보다는 후자에 가깝습니다. 언니에 대한 질투(「언니」), 자식에 대한 집착(「지워진 15번」, 「방역」), 비밀스런 방에 대한 호기심(「죽은 자의 얼굴」, 노숙자에 대한 과도한 친절(「존엄과 죽음」) 등 결코 악의를 가지고 한 행동이 아님에도 결과는 모두에게 고통과 슬픔을 남깁니다. 의도하지 않은 행동이 부른 배드 엔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아니면 누구한테 호소를 해야 할지, 절망과 비탄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 뒤에 찾아오는 공포. 누구라도 쉽게 소설 속의 불행한 인간이 될 수 있습니다. 결코 누구도 불행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죠. 트릭이나 반전을 위한 전체적인 이야기는 다소 비현실적으로 보일수도 있으나 그 속에 숨은 의미(의도)는 무척 현실적이어서 소름이 끼쳤습니다. ‘우타노 쇼고=무조건 트릭’이라는 고정관념을 조금만 깨면 꽤 흥미롭게 작품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