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 - 전2권 - side A, side B + 일러스트 화집
박민규 지음 / 창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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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매출을 올린 게 언제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젠장, 남은 소시지를 뜯는데 빨간 끈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고 녀석이 맥없이 끊어진다. 니미럴… 꼭지의 철심을 비틀어 나는 힘으로 소시지를 까려한다. 깨물어도 본다. 까불고 있어, 아직 힘이라면 누구 못잖은 어르신이다. 끄응. 끊어... 지지 않는다. 그리고 덥다. 너무 덥다. 열 번을 비틀어 축 늘어난 소시지의 끝을 쥐고 나는 무거운 몸을 일으킨다. 기다렸다는 듯

「딜도가 우리 가정을 지켰어요」 중에서

  오십대의 가장이 공원에서 천하장사 소시지 두 개를 쥐고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입니다. 한 때는 자동차 세일즈맨으로 날리던 때도 있었으나 지금은 모두에게 불필요한 존재. 사실 굉장히 슬프고 서글픈 장면인데 묘하게도 웃음이 나옵니다. 다 큰 어른이 배고픔을 달래고자 소시지를 들고 죽자 살자 먹으려는 장면 상상하면 웃긴데,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서글프죠. 박민규의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어요. 웃음과 공존하는 아픔. 이 작품에서 또 다른 서글픔은 바로 딜도(여성용 자위기구). 이 남자는 아내와 심하게 싸웁니다. 집에 물건들을 때려 부수다가 서랍 속에 있는 바로 이 딜도를 발견합니다. 아내와의 성생활, 참담합니다. 그런데 더 참담한 것은 ‘마누라의 딜도는 수입 명품도 고급 진동형도 아니었다. 일반 막대형이었다.’ 일반 막대형. 이왕이면 괜찮은 딜도를 사용할 것인지, 남편은 더욱 더 비참해집니다.

  이번 박민규의 소설집 『더블』은 『카스테라』 이후 5년 만에 나온 소설집입니다. 여기저기에 발표한 단편들 중에서 총 18개의 작품을 추려 묶은 것으로 황순원 문학상(「근처」)이나 이효석 문학상(「누런 강 배 한 척」) 수상작도 포함되어 있는 정말 알짜배기 소설집입니다. LP 시절의 <더블 앨범> 형식이라 소장가치도 있고요. 내용은 두말 하면 잔소리. 그러나 이번 소설집에는 조금 난해한 작품들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SF장르의 소설들이 그렇더군요(무협이나 공포소설도 있습니다). 「깊」, 「크로마, 운」등이 그렇습니다. 박민규의 기존 작품의 색깔이 가장 짙은 작품은 위에서도 언급한 「딜도가 우리 가정을 지켜줬어요」 같은 작품. 그러나 이 작품도 결말은 깜짝 놀랍습니다. 암튼 설명이 필요 없어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모호하고, 웃음과 두려움, 슬픔 등의 인간의 온갖 감정들이 마구 쏟아져 나오고, 웃다가 울다가 놀라다가 다시 무서워집니다. 박민규, 그는 천재 이야기꾼이 확실합니다. 그냥 읽으세요. 절대 후회하지 않습니다. 단편 하나하나가 너무 놀라워서 뭐라 느낌을 적기가 벅차네요.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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