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블랙 캣(Black Cat) 17
아날두르 인드리다손 지음, 이기원 옮김 / 영림카디널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머나먼 대서양 북부에 위치한 아이슬란드라는 섬나라에서 온 추리소설입니다. 작가의 이름뿐만 아니라 이 소설의 주인공인 형사반장(에를렌두르)의 이름까지도 조금 낯설더군요. 그래서 소설을 읽은 지금도 작가의 이름과 주인공의 이름을 정확하게 기억하지는 못합니다. 암튼 스웨덴 추리작가협회 마르틴 벡 상, 프랑스 추리문학대상, 813 트로피 등 다수의 추리문학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영림카디널의 《Black Cat》시리즈는 대부분 추리문학상 수상 작품들이죠. 지금까지 10여권 정도를 읽었는데, 기시 유스케의 『유리망치』를 제외하고는 아주 재미있게 읽은 작품은 없는 것 같네요. 무엇보다 가독성이 떨어지고(일본 추리소설에 너무 길들여진 이유일 수도 있겠지만요), (심리) 묘사가 많고, 내용 전개가 조금 느려서 아무래도 그렇지 않은가 싶네요.

  시작은 다소 엽기적인 살인사건으로 문을 엽니다. 레이캬비크의 최고급 호텔에서 도어맨이 산타 옷이 반쯤 벗겨지고 콘돔을 낀 상태에서 죽은 채로 발견됩니다. 그런데 이 남자의 과거가 불투명합니다. 호텔에 근무하는 직장 동료들도 그를 잘 모르고, 심지어 가족들은 살해된 남자와는 인연을 끊고 살고 있습니다. 이 남자의 존재 가치는 과연 무엇일까요? 그리고 그는 왜 호텔에서 마치 숨어살듯이 도어맨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요? 가족과는 왜 인연을 끊었을까요? 이 남자는 도대체 누구일까요? 역시나 가정에 문제가 많은 형사반장 에를렌두르는 크리스마스이브임에도 불구하고 호텔에 투숙하면서까지 이 사건에 매달립니다(아내와는 이혼을 했고, 아들은 알코올 중독, 딸은 마약 중독. 이 형사반장의 가정사도 참 우울합니다).

  살해된 남자는 어린 시절 촉망 받는 보이 소프라노였습니다. 그런 그가 왜 이렇게 처참하게 호텔에서 살해되었을까요? 이 소설은 추리소설의 외피를 하고 있는(물론 추리적인 요소가 많습니다만) 가족소설이 아닐까 싶어요. 더 구체적으로는 아동 문제에 대해서 말하고 있지 않은가 싶네요. 부모의 욕망과 이기심에 의해서 자식의 과거를 마음대로 휘둘러도 되는가? 물론 부모들은 말하겠죠. 다 자식들의 성공을 위해서라고 말이죠. 그런데 과연 그게 정말 자식들을 위하는 것일까요? 그런 부모의 자식에 대한 기대와 부모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데서 오는 자식의 자괴감, 그 어긋남과 괴리로 인하여 얼마나 큰 비극을 낳을 수 있는지 이 소설은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결말은 씁쓸합니다. 가족의 행복이 서서히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힘듭니다.

  형사반장 에를렌두르는 집요하게 살해된 남자의 과거를 파헤칩니다. 드러나는 진실들은 모두 고통스럽습니다. 암튼 뭔가 상처를 간직한 형사가 그와 비슷한 상처를 입은 피해자의 과거를 추적하면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는 무척 좋습니다. 그러나 드러나는 진실이 그다지 충격적으로 다가오지는 않더군요(아무리 충격적이더라도 익숙해지면 그 강도가 무뎌지는 것 같아요). 저는 그래서 결말이 다소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뭔가 늘어지는 듯한 이야기 전개도(물론 불필요한 내용은 아니지만) 빠른 이야기 전개에 길들여진 제게는 조금 지루했습니다. 이 소설의 발견이라고 한다면 형사반장 에를렌두르라는 캐릭터겠네요. 이 아저씨에 대해서는 좀 더 알아보고 싶더군요. 오락적인 요소가 많은 추리소설보다 문학성이 있는 추리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일독을 권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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