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불의 집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시작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기시 유스케의 작품에는 조금 안 어울리는 듯한 귀여운 변호사 아오토 준코 양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밀실트릭을 다룬 본격 미스터리입니다. 사실 아오토 준코 양은 주로 깨방정을 떠는 역할이고, 실제 밀실사건은 전/현직 도둑인 에노모토 케이가 해결을 합니다. 밀실에서의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역할로 도둑만한 탐정도 없죠(그 많은 밀실을 다룬 본격 미스터리에서 왜 도둑이 탐정으로 나오는 소설은 없었을까요? 제가 모르는 것일 수도 있지만, 도둑이 탐정이 되어 사건을 수사한다는 아이러니에서 오는 유쾌함과 짜릿함은 정말 최고입니다). 『유리망치』에서의 변호사 아오토 준코와 도둑 에노모토 케이의 콤비 플레이어는 정말 멋졌습니다.

  「도깨비불의 집」, 「검은 이빨」, 「장기판의 미궁」, 「개는 알고 있다」 이렇게 4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밀실트릭 중에서도 가장 고전적이고 그리고 단순한(오히려 요즘에는 별로 안 쓰죠. 문이나 창문 관련 트릭은 이제 식상하기도 하고, 워낙 방범체계가 현대화되어서 트릭을 구사하기도 힘들고요) 집 안에서의 밀실살인을 다루고 있습니다. 문과 창문은 모두 닫힌 상태에서 범인은 어떻게 탈출을 했을까요? 이런 트릭은 이제 나올 게 별로 없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조사의 달인 기시 유스케답게 다양한 트릭을 선사합니다. 그리고 『신세계에서』를 읽을 때도 살짝 느꼈는데, 은근 유머가 있으신 것 같아요. 아오토 준코 양의 질투 어린 애교나 에노모토 케이의 능청스러움, 조연으로 출연하는 대머리황새(형사) 이 아저씨도 은근 재밌더군요.

  거미, 장기(연맹 등의 세계) 등 이번에도 특정 소재에 대한 치밀한 조사는 여전합니다. 항상 기시 유스케의 소설들은 다 읽고나면, 그런 지식들이 진짜인지 아니면 가짜인기 꼭 검색을 하는 것 같아요. 단편임에도 이 정도로 조사를 하다니, 장편이 아닌 것이 조금 아쉽더군요(기시 유스케가 쓰면 좀 더 깊게, 자세히 알고 싶어지거든요). 도둑 탐정인 에노모토 케이가 주로 사건을 해결하는데 먹이를 노리는 맹수처럼 서서히 범인을 압박합니다. 아주 태연하게 말이죠. 암튼 에노모토 케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시리즈 앞으로도 계속 나와 주었으면 좋겠네요. 가해자나 피해자의 배경은 최소한만 다루고 오로지 트릭에만 중점을 두고 스토리를 전개시킵니다.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깔끔합니다. 단편이라 가볍게 읽기에도 편하고요. 그렇다고 내용까지 가볍지는 않습니다. 작품 하나하나가 무게감이 느껴집니다. 「도깨비불의 집」, 「검은 이빨」이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습니다. 「장기판의 미궁」은 조금 아쉬웠고, 「개는 알고 있다」는 그저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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