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모든 바에서
나카지마 라모 지음, 한희선 옮김 / 북스피어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자기는 뭔가 하고 싶다든지 되고 싶다는 말은 안 하려고 한다고. 그런 말을 하고 도중에 죽어 버리면 남은 사람들이 그만큼 슬퍼하니까, 라고 했습니다.”

고약한 신장병으로 열일곱이라는 어린 나이에 죽은 아이를 가리키며 알코올 중독으로 입원한 고지마에게 담당의사가 다음과 같이 말을 합니다.

“네 이십 년을 이 아이에게 줄 수 없다면 적어도 사과해. 이 아이에게 무릎 끓고 사과해.”

“어째서 이 아이가 여기에 누워 있고, 네가 취해서 밖에서 술을 마시는 거야. 여기에 싸늘하게 누운 것은 네가 되어야 하는 건데. 자, 이 아이에게 네 썩은 이십 년을 줘.”

  알코올성 간염으로 병원에 입원한 체험을 바탕으로 쓴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로, 술을 죽기 직전까지 먹은 주인공 고지마가 병원 입원 후 알코올중독을 극복(?)하기까지의 과정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알코올 중독에 대해 꽤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으면서도(알코올 효과를 내는 약물의 세세한 이름부터 중독 현상의 단계까지 꽤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이야기는 유쾌하게 흘러갑니다. 아무래도 주인공 고지마의 낙천성 때문이지 않을까 싶네요. 알코올을 좋아하는 저로서도 꽤 관심을 갖고 읽기 시작했는데, 이상하게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은 안 들고, 누군가와 건배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자신의 몸을 함부로 다루는 것, 정말 살고 싶지만 병으로 고통 받다 죽는 아이들에게는 너무 잔인한 행동 같아요. 꽤 심각한 이야기인데, 정말 오늘 밤 모든 바에서 먹다 쓰러지고 싶은 그런 이상한 기분도 드네요.

덧. 소설 속 사카이 겐이치가 쓴 「알코올 중독 가족과 네트워크 세션에 따른 원조/증례(1)」속에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들어있지 않나 싶네요. 꽤 좋은 읽을거리입니다. 참고로 이 내용은 《알코올 의존증의 최신 치료》라는 책의 사이토 미나부 씨의 증례 보고를 거의 그대로 사용했다고 하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