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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도의 비 ㅣ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추지나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계속 지하에 있으면 비가 내려도, 줄곧 내려도 전혀 눈치 채지 못하지? 그런데 어느 순간 별생각 없이 옆 사람을 보니 젖은 우산을 들었어. 아, 비가 내리는구나, 그때 비로소 알지. 그러기 전까지 지상은 당연히 화창하리라고 굳게 믿었던 거야, 내 머리 위에 비가 내릴 리가 없다고.” (「지하도의 비」 pp.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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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비가 내리는 늦은 밤, 참으로 잘 어울리는 작품이네요. 지하에 있으면 지상에 비가 오는지, 해가 떴는지 알 수가 없죠. 만약 날씨가 화창할 때 지하에 들어왔다면 비가 내리고 있음에도 전혀 그럴 리 없다고 믿어버리죠. 사실은 그렇지 않음에도 말이죠. 인생살이가 그런 것 같아요.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데, 자신은 절대 그럴 리 없다면서 하루를 무의미하게 보내죠. 언제 어떻게 죽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위의 대사처럼 미야베 미유키 작품의 매력은 바로 독자들에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데 있지 않을까 싶어요. 「지하도의 비」에 이어지는 단편 「결코 보이지 않는다」는 작품을 읽고서는 더 그런 마음이 들더군요. 이 작품에서도 비가 내립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에도 악인이 등장은 하지만, 결코 나쁘게 결말을 맺지는 않는 것 같아요. 작가 미야베 미유키는 참 따뜻한 사람 같아요. 무엇보다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이렇게 많은 작가도 드물지 않을까 싶어요. 결코 자신의 작품 속 캐릭터를 일회용 휴지처럼 다루지를 않는 같아요. 끝까지 책임을 진다고 할까요? 삶에 지치신 분들은 꼭 읽어 보세요.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을 읽으면 항상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어요. ‘잘 살아야겠다.’ 그런 다짐을 하게 된다고 할까요? 사람의 삶과 마음 자체가 미스터리다. 거창하게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지거나 명탐정이 등장하지 않더라도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만으로도 흥미진진한 미스터리를 만들어내는 내는 작가의 재주는 이번 단편집에서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덧. 아직 국내에 소개될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이 얼마나 더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국내에 소개된 대부분의 작품을 읽은 저로서는 조금 슬프네요. 지금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을 시작하시는 분들은 정말 엄청난 축복이 아닐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