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도조 겐야 시리즈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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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습하다, 기괴하다, 기분 나쁘다, 복잡하다, 놀랍다, 재미있다 등으로 표현할 수 있겠네요. 근래 읽은 본격 미스터리 중에서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와 함께 가장 재미있게 읽은 작품입니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에도가와 란포와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에 열광하는 제게는 정말 딱 맞는 작품이었습니다. (이런 말 하면 욕먹을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재미면에서는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보다 더 재미있었습니다. 후반에 반전 폭풍 러쉬에는 정말 정신을 놓아버렸네요. 음습하고 기괴하며 매우 기분 나쁜 살인사건(또한 현실에서는 불가능해 보이는 사건. 특히나 4중 밀실 살인사건은 더 그렇습니다)이 명탐정 도조 겐야에 의해서 논리적으로 해결되는 장면의 카타르시스는 정말 짜릿합니다.

  본격 미스터리를 좋아합니다. 요코미조 세이시나 에도가와 란포의 기괴한 분위기가 흐르는 미스터리소설도 좋아합니다. 그리고 교고쿠 나츠히코의 요괴가 등장하는 미스터리소설도 굉장히 좋아하고요. 암튼 미쓰다 신조의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은 제가 좋아하는 미스터리소설의 모든 요소들을 모두 갖춘 작품입니다. 머리 없이 몸통만 있는 정체불명의 귀신, 히가미 일족에 흐르는 불운한 기운과 뭔가 비밀을 숨긴 듯한 분위기, 한 번에 반전으로 절대 끝나지 않는 요즘 추리소설의 흐름까지 반영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히가미 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기괴한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명탐정의 등장까지 독자들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알아서 현란하게 펼쳐 보입니다(사실 읽으면서 뭔가 어긋남을 느끼게 됩니다. 뭔가가 이상하지만 그게 도대체 뭔지는 모릅니다. 마지막에 명탐정 도조 겐야가 등장하여 두 사건에서의 수수께끼 37개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내 놓습니다. 무려 37개나 됩니다. 수수께끼가 한 개씩 풀릴 때의 그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이 작품은 히메노모리 묘겐의 《미궁 이야기 책》을 명탐정이자 방랑 환상소설가인 도조 겐야가 정리하고 재구성한 소설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소설 속 소설(잡지의 연재물)이라고 해야 할까요? 작가는 히메노모리 묘겐입니다. 소설의 화자는 그녀의 남편(하지메, 주재소 순사)과 히가미 가의 어린 하인 요키타카이고, 둘의 시점이 번갈아가면서 전개됩니다. 무척 재미있는 서술 방법이죠. 주재소 순사가 조금은 전문적인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본 반면, 요키타카는 어린 소년이라서 비전문적이며 가끔은 황당한 말을 하기도 합니다(그가 머리 없는 귀신 쿠비나시을 보거든요). 그리고 이 둘의 이야기를 이미 죽은 주재소 순사의 아내이자 추리소설 작가인 히메노모리 묘겐이 그리고 있고요. 구성이 복잡한 만큼 독자들을 속일 여지는 그만큼 많습니다. 따라서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읽어야 합니다. 잡지에 연재되는 소설인데, 막간을 이용하여 소설 속 작가의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잘린 머리보다 더 불길한 히가미 일족. 모든 등장인물들이 다 수상합니다. 소설의 형식도 수상하고, 작가나 서술자도 수상하고, 심지어 도조 겐야라는 명탐정도 수상합니다.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의심스럽습니다.

  마지막의 반전은 정말 작가가 독자를 제대로 가지고 놉니다.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후반 반전 폭풍 러쉬는 정말 이 소설의 백미입니다. 오랜만에 정말 제 취향에 맞는 재미있는 작품을 읽었네요.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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