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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신의 머리일까?
차무진 지음 / 끌레마 / 2010년 6월
평점 :
경주에 위치한 각간묘에서 발견된 머리의 주인은 과연 김유신일까? 무척이나 대담하고 충격적인 가설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시대적 배경은 1930년대입니다. 징집을 피해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 유곡채의 차남 법민과 일본군 고위 장군의 아들 겐지가 일본에서의 징집을 피해 경주로 오게 되면서 이상한 사건들에 휘말리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김유신으로 의심되는 머리 미라가 발견되고, 땅에 깊이 박혀 있는 삼거리의 장승들은 계속 움직이고, 밤마다 귀신들이 울고 여기 저기 불꽃이 솟아오르며, 심지어 살인사건도 일어납니다. 어수선하고 음침한 분위기가 마을을 감돌고 있습니다. 에도가와 란포나 요코미조 세이지의 작품에서나 느낄 수 있었던 기괴한 마을 분위기나 등장인물들의 기이한 행동들은 무척 마음에 들더군요. 그리고 <삼국유사> 속 문장에 숨겨진 비밀들을 살인사건과 연관시켜 그럴듯하게 해석한 점도 무척 신선했고요.
마을에 떠도는 불길한 기운과 벌어지는 이상한 사건들, 미스터리한 살인사건과 범인으로 의심되는 인물의 행방불명, 기이한 현상들에 대한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추리 등 추리소설로서도 무척 매력적인 요소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조금 아쉬운 점은 이런 흥미로운 요소들이 차고 넘침에도 불구하고 슬슬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책장이 잘 넘어가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작품에 대한 몰입도가 조금 떨어진다고 할까요? 벌려놓은 사건들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조금 그런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따라가는데 있어 (역사적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어서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각주의 방해가 조금 심하더군요. 고증에 너무 신경을 쓴 게 아닐까 싶어요. 그 시대를 알 수 있는 지나친 장면이나 대사는 생략했으면 어땠을까 싶네요(그러면 가독성이 조금 좋아졌을 텐데 말이죠). 치밀한 자료 조사만큼이나 (추리소설에 있어서의) 이야기 구성에도 조금 신경을 썼으면 더 좋은 결과가 있었을 텐데 그 점이 조금 아쉽네요(중반에 법민과 겐지가 열심히 사건을 추리하는 부분은 조금 지루했습니다). 그래도 소설에 전반전으로 흐르는 기괴한 분위기와 귀신의 소행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그런 이상한 사건들을 논리적인 추리로 해결하는 장면은 무척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