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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주술 ㅣ 뫼비우스 서재
막심 샤탕 지음, 이혜정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막심 샤탕의 <악의 영혼>과 <악의 심연>에 이은 《악의 3부작》의 완결판입니다. 사립탐정 조슈아 브롤린과 여탐정 애너벨 오도넬이 이번에는 거미와 마주하게 됩니다. 물가 근처에서 속이 텅 빈 채(마치 무언가에 내장을 모두 빨아 먹힌 듯) 거미고치에 싸여 있는 시체가 연속적으로 발견하게 됩니다. 연쇄살인범은 보통 어린 시절 트라우마가 있다거나 방화와 관련이 있는데, 이번 연쇄살인범은 물과 관련이 깊고, 어린시절의 트라우마와도 관계가 없어 보입니다. FBI 프로파일러 출신의 뛰어난 사립탐정 조슈아 브롤린도 그래서 계속 헤맵니다. 과연 이 연쇄살인범의 정체는 뭘까요? 그리고 이렇게 거미의 독을 이용하여 연속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동기는 무엇일까요? 이번에도 조슈아 브롤린은 범인의 머릿속으로, 악의 심연 속으로, 어둠 속으로, 고통을 느끼면서 들어갑니다.
막심 샤탕을 장 크리스토퍼 그랑제와 비교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시는 분들이 조금 있는데, <가이아 이론>이나 <악의 유희>는 몰라도 《악의 3부작》은 정말 장 크리스토퍼 그랑제 작품에 필적하는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사건의 잔인성이나 반전의 반전, 극도의 긴장감이나 스릴을 제외하고도 조슈아 브롤린이라는 독특한 캐릭터가 악의 심연 속에서 깊게 웅크리고 있는 악의 영혼의 내면에 점점 동화되어 들어가는 장면에 대한 묘사는 정말 압권입니다. 정말 악의 심연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소름이 끼칩니다. 조슈아 브롤린의 독특한 수사방식은 마주치기 싫은 절대 악의 내면으로 자꾸 독자들을 인도합니다. 가기 싫어도 가야하고, 보기 싫은 진실도 바라봐야 합니다. 그래서 너무나도 두렵고 무섭습니다.
이번에는 거미입니다. 유령(<악의 영혼>, 광신도(<악의 심연>)에 이은 거미(거미고치). 개인적으로 지네나 거미류의 절지동물을 무척 싫어합니다. 집에 사는 거미는 인간에게 해를 입히지 않는다고 해도 집에서 우연히 마주치면 소름이 돋습니다. 그런 거미가 제 몸을 기어 다니는 상상을 하며 책을 읽는데 정말 닭살이 돋더군요. 거미 싫어하시는 분들에게는 정말 최고의 공포소설이 아닐까 싶어요. 사실 연쇄살인범이 피해자들을 살해하는 장면은 꽤 잔인합니다. 그냥 총으로 쏴 죽이는 것이 아니라 의식이 깨어 있는 상태에서 몸 안에 있는 장기들을 모두 녹여서 제거하고 빼내 버립니다. 아프지만 아프다고 말할 수는 없고, 그냥 죽여주면 좋을 텐데 또 죽이지는 않습니다. 의식은 멀쩡히 깨어 있는 상태이고요. 살인자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피해자에게 극한의 고통을 줍니다. 그렇다면 왜 연쇄살인범은 이런 미친 짓을 할까요? 그냥 정말 미쳐서? 《악의 3부작》의 등장하는 연쇄살인범들은 나름대로의 철학과 논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무차별 살인은 아닙니다. 나름대로의 동기를 가지고 사람들을 죽입니다.
잡담이 길어졌네요. 정리하겠습니다. 막심 샤탕의 <악의 주술>이 재미있는 이유는 범죄의 잔혹성입니다. 소설 속 사건을 상상해 보세요. 정말 소름 끼칩니다. 그리고 묘사가 무척 사실적이어서 비유가 약하면 토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다음으로 범인 찾기.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요? 쉽게 범인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거듭되는 반전은 미스터리의 재미를 충분히 보장합니다. 극도의 긴장감이나 스릴은 보너스입니다. 지루하지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범인이 밝혀지면서 드러나는 진실(살해 동기가 되겠죠). 그냥 아무나 죽인 것이 아닙니다. 사건의 개연성도 충분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실적인 묘사. 연쇄살인범이 마치 거미가 거미줄에 걸린 먹이를 잡아먹듯이, 희생자를 처리하는 장면은 명장면(?)입니다. 마지막으로 잔인한 거 싫어하시는 분들은 읽지 마세요. 또한 살해 동기가 특정 분들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