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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로얄 1
타카미 코슌 지음, 권일영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2002년 국내에 개봉 당시 꽤나 충격적이었던 서바이벌 생존게임을 다룬 일본영화 『배틀 로얄』은 원작소설보다는 영화로 먼저 접했습니다. 사실 영화 개봉 당시에는 원작이 있는 줄도 몰랐고, 또한 일본소설은 무라카미 하루키나 무라카미 류를 제외하고는 전혀 읽지를 않아서 읽을 생각도 하지 않았고요. 뒤늦게 원작소설을 읽었는데, 영화와 크게 다르지는 않네요. 영화보다 원작이 더 괜찮다는 평들이 많아서 읽었는데, 제게는 자극적이고 노골적인 영상(잔인한 살해 신)이 넘쳐났던 영화가 더 좋았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공포영화를 좋아해서인지 영화 『배틀 로얄』은 꽤나 재미있었거든요. 게다가 일본영화에서는 자주 볼 수 있는 교복 입은 미소녀/미소년들이 떼거지로 등장하여 서로 죽고 죽이는 장면은 볼거리도 충족시켜주었고요(영화는 영화일 뿐입니다. 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에요. 이런 영화를 좋아한다고 해서 안 좋게 보는 편견은 갖지 말았으면 좋겠네요).
이 소설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믿음’이 아닐까 싶어요.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게 만들어서 연대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 개인을 고립시킴으로써 국가에서는 지배와 통치를 수월하게 할 수 있죠. 국가 체제에 반대하는 종족들은 조기(중학교 3학년)에 걸러내어 사회의 안정성을 도모하는 것. 혁명(세상이 뒤바뀌는 것)을 싫어하는 어르신들에게는 비인간적인 이런 서바이벌 게임도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라는 명목 하에 그냥 눈 감아 주고 뭐 그러겠죠. 사실 굉장히 끔찍한 제도인데, 실제 직접적으로 살인을 하지 않을 뿐, 지금 우리사회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성공은 서울대를 가서 대기업에 취업하는 것이다.” 이런 성공을 위해 학생들은 좀비처럼 모두가 다 똑같은 공부를 하죠. 서울대를 못 가고, 대기업에 취업을 못하면 실패자라 낙인을 찍어버리죠. 그리고 그런 성공을 위한 몇 개 없는 자리를 놓고 서로 치고 박고 싸우죠. 주제의식은 좋습니다. 그리고 자극적인 소재(고립된 공간에서의 서바이벌 생존게임)로 조금 지루하고 고리타분한 주제를 흥미롭게 만들었고요. 그래서 책도 재미있게 잘 읽힙니다.
그런데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읽어서인지, 내용이 조금 지루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40여 명의 학생들을 죽이면서까지 주제를 전달해야 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극한 상황 속에서 학생들이 서로 죽고 죽이는 몇몇 장면은 조금 불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학생들이 죽어나갈 때마다 불신이나 분노, 신뢰, 제도 비판 등의 그런 문제점들이 하나 둘씩 드러나면서 증폭되고, 결국에는 폭발(카타르시스)해야 하는데, 포맷이 매번 비슷비슷합니다. A라는 학생이 죽은 것과 B라는 학생이 죽은 것의 차이를 잘 모르겠더군요. 결국 너무 많은 학생들을 죽인 게 아닐까 싶네요. “제발 많은 학생들을 살려 주세요!” 뭐 인도주의(?) 그런 거는 아닙니다. 그냥 지루해요. 그냥 불도저식으로 단순하게 밀고 나가는 느낌(물론 마지막 엔딩의 반전은 괜찮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소설보다 영화에 손을 들어 주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