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 1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윤정 옮김 / 손안의책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네덜란드의 한 지방 초등학교 아이들이 종유동굴로 소풍을 가서, 안에 들어간 채로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걱정한 어른들이 안에 들어가 보니, 아이 한 명이 웅크려 앉아 떨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애 말고는 인솔자 선생님도, 스무 명 정도 있었던 다른 애들도 발견되지 않았다. 결국 그들이 발견된 것은 행방불명이 된 지 한 달 이상 지나고 나서. 혼자 발견된 그 애가 자기 집 마당에서 놀고 있을 때, 눈앞에 행방불명되었던 선생님과 아이들이 갑자기 나타났다.” (3권 p.361)

  사실 위와 같은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세계의 기이한 미스터리 사건 모음집이나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룬 책에서 어린 시절 많이 읽었던 내용이기도 하고요. 사라졌던 사람이 다시 나타나거나 있어야 할 사람이 갑자기 사라지는 그런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 차가운 학교의 멈추어진 시공간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우수학생 시미즈의 이런 가설과 이론들은 그래서 어느 정도 설득력은 있습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제 호기심을 자극했고요. 세이난 고등학교의 3학년 2반 학생 8명은 눈이 많이 내리는 어느 겨울날 등교를 한 후에 학교에 갇히게 됩니다. 눈은 계속 내리고, 모든 출구는 막힌 채, 멈추어진 시계가 움직여 5시 53분이 되면 사람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팔다리가 잘리거나 피를 흘리는 인형이 놓입니다. 결정적으로 이 학교에는 7명이 있어야 되는데, 8명이 있는 것입니다. 도대체 이 1명은 누구일까요? 이 1명의 정체를 밝히는 과정은 위에서 설명한 기이한 사건을 나름대로 설명한 시미즈의 이론이 적용됩니다. 초자연적인 현상에 대한 믿을 수 없는 설명이라 이 부분은 조금 난감하기도 합니다. 미스터리한 사건에 대한 나름 논리적인 해석이기는 하나 초자연적인 현상이 끼어들어서 완전 100% 믿을 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조금 엇갈릴 듯싶네요. 본격 미스터리는 아니니 감안하시고 읽으세요.

  본격 미스터리가 아니라면 이 소설의 장르는, 정체는 뭘까요?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는 제31회 메피스토상 수상작입니다. 메피스토상 수상작 중에서 국내에 소개된 작품으로는 <플리커 스타일>, <연기, 흙 혹은 먹이>, <클락성 살인사건>, <잘린 머리 사이클>, <모든 것이 F가 된다> 등이 있습니다. 정통 미스터리는 아닙니다. 뭐랄까? 위의 수상작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독특한 작품” 입니다. 사람의 정신세계에 들어가서 사건을 해결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네요(본 작품은 누군가의 머리속, 그러니까 정신세계에 들어가서 자살자의 정체를 밝히는 미스터리소설입니다. 현실이 아닌 공간이 배경이라 당연히 논리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1,000페이지 분량에서 미스터리가 차지하는 부분은 많지가 않습니다. 학원 미스터리 성장소설의 느낌이 무척 강합니다. 소설 속 등장하는 8명의 주인공의 과거와 현재, 아픔과 상처, 그리고 성장과정에서 오는 고통과 우정을 다루고 있다고 할까요? 자살, 왕따, 누군가의 죽음, 가정문제, 타인과 다르다는데서 오는 불안감, 진로문제 등 중/고등학생들이 겪을만한 고민과 갈등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이야기들이 너무 깁니다. 등장인물 개개인의 과거 상처와 아픔들을 다 보여주다 보니 조금 지루하고 지칩니다. 시간이 멈춘 학교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의 원인과 결말을 빨리 보고 싶은데, 학생들 개인사만 계속 이야기하다보니 흐름도 끊기는 것 같고요. 고등학생 친구들의 이야기에 중점을 두고 읽는다면 지루하지 않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지만, 미스터리에 무게들 두고 읽는다면 지루할 수도 있는 작품입니다. 저는 후자였습니다. 학생들 이야기가 너무 지겹더군요(학생들의 고민과 상처, 고통을 다룬 이야기 자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너무 길어요). 분량을 조금 줄였으면(1권 분량으로) 어땠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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