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의 기사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리턴 투 포에버(Return To Forever)의 ‘the romantic warrior’라는 재즈음악을 듣습니다. 이 소설을 읽고 무엇보다 가장 궁금했던 것은 바로 ‘the romantic warrior’라는 노래입니다. 소설 속 점성술사 탐정 미타라이와 그를 창조한 시마다 소지가 극찬했던 바로 그 노래, 그래서 들었습니다. 소설의 분위기와 특히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에 정말 잘 어울리는 노래더군요.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젊은 날의 회한과 추억이 생각나는 로맨틱한 곡입니다. 초반부터 너무 감상적이네요. 그러나 이 소설은 조금 감성적이기는 하지만 본격 미스터리입니다. 점성술사 탐정 미타라이와 추리작가 이시오카의 첫 만남을 그린 아름다운(?) 소설이기도 하고요. 왜 이 소설이 뒤늦게 소개가 되었는지 의아할 정도로 정말 재미있습니다(개인적으로는 『점성술 살인사건』보다 오히려 이 작품이 더 좋네요. 소외된 청춘들의 고독과 슬픔이 느껴지는 그런 분위기가 좋더군요. 이시오카에게 그런 면이 있었는지 처음 알았네요. 아마도 이시오카는 그 시기 작가의 자화상이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미타라이는 그가 만나고 싶어 하는 친구이거나 혹은 스스로 되고 싶은 이상향이 아닐까 싶고요).

  『이방의 기사』를 기억상실증에 걸린 한 사내가 잃어버린 기억과 정체성을 찾는 이야기입니다. 과거의 나는 끔찍한 사람이었을 것이라는 망상에 시달리며 현재의 행복한 삶을 유지할 것인지, 과거의 나를 찾아야 할 것인지 선택의 갈림길에서 끊임없는 고통에 시달립니다. 과연 나는 누구일까? 그리고 정말 우연하게도 재즈와 커피를 즐기는 점성술사 미타라이를 만나게 되면서 복잡하게 얽혀 있던 삶의 실타래들이 풀리게 됩니다(책의 각 장에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독특한 그림이 있는데, 그런 복잡한 실타래와 연관이 되어 있습니다. 국내 번역본에만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센스가 정말 좋더군요). 『점성술 살인사건』처럼 치열한 두뇌싸움을 펼치는 본격 미스터리는 아니라고는 하지만, 나름 치열한 두뇌싸움이 필요한 작품입니다. 스토리 텔링 위주의 추리소설 좋아하시는 분들은 환호할 만한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스토리 텔링 위주의 본격 추리소설이라서 사실 감상평을 적기가 무척 힘드네요. 스토리 자체가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어서요.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나 『점성술 살인사건』만큼 고도의 두뇌싸움을 요구하는 추리소설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기억상실증으로 인해 기억이 사라진 부분을 짜 맞추는 재미는 충분히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거든요. 단, 초반이 조금 늘어진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기억을 잃은 한 사내의 기억 찾기 과정이 조금 길어서 중반까지는 다소 지루했습니다(아마 이 부분은 작가의 청춘시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그냥 눈감아 주기로 했습니다. 청춘은 원래, 물론 지나고 나면 그렇지 않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잖아요). 20여 년 전 작가의 실질적인 데뷔작임에도 트릭이나 스토리 구성이 전혀 떨어지지 않습니다. 미타라이 시리즈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읽어야 할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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