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하는 사람
텐도 아라타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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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악한 범죄, 자살, 가족 비극, 시련의 상처 등 무수한 이유로 하루에도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있죠. 그리고 잊혀지고요. 전국을 돌아다니며 타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청년 시즈토는 그런 (살아 있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진) 고인들을 가슴 속에 기억하는 매우 고통스럽고 힘든 과정을 매일 반복합니다. “고인은 누구를 사랑했고 누구에게 사랑을 받았는가, 그리고 어떤 사람이 그 고인에게 감사했는가?” 삶과 죽음, 사랑이라는 무척 통속적인 주제를 이렇게 아름답고 감동적으로 표현하다니 사실 조금 놀랬습니다. 상당히 많은 분량과 가볍지 않은 주제 때문에 읽기 전부터 살짝 겁을 먹었었는데, 이렇게 한 사람의 가치관을 바꾸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네요. 암튼 재미있고 없고를 떠나서 느끼는 바가 많은 작품이었습니다. 조금 답답하기도 했고요. 주인공의 기이한 행동이 사실 아직까지도 이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고인이 죽은 장소에서 애도하는 주인공 시즈토의 행동에는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숭고함이 느껴지더군요. 그리고 굉장히 슬픈 이야기임에도 억지 눈물과 감동을 강요하지 않는 작가의 무덤덤한 문체가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실 조금 지루할 수도 있는 이야기인데(시즈토가 전국을 돌아다니며 타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이야기가 전부), 자극적인 기삿거리만 쫒는 주간지 기자 마키노, 암에 걸린 후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시즈토의 어머니 준코, 그리고 남편을 죽인 후 죗값을 치르고 갓 출소한 유키요 이렇게 세 사람의 삶과 그들이 바라보는 시즈토의 삶이 교차로 진행되어서 무척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답답함과 먹먹함 때문에 조금 힘들기는 했지만, 그럴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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