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질 카논 ㅣ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최고은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2월
평점 :
미야베 미유키는 히가시노 게이고와 함께 일본 미스터리계에 입문하게 된 계기를 준 작가입니다. 그래서 그녀의 소설은 재미있고 없고를 떠나서 무조건 구입해서 읽었던 것 같네요. 사실 저는 미야메 미유키의 작품 스타일과 잘 맞는 독자는 아닙니다(따뜻한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사악한 소설을 좋아해요. 성선설보다 성악설을 믿는 저이기에). 『화차』, 『이유』, 『모방범』, 『이름 없는 독』, 『외딴집』을 제외하고는 아주 좋았던 작품도 사실 별로 없는 것 같아요. 큰 기대감 없이 읽은 작품 『인질 카논』은 그래서 딱 기대한 만큼의 작품이었습니다(나빴다는 얘기겠네요).
『인질 카논』은 표제작 「인질 카논」을 포함하여 총 7편의 단편이 수록된 단편집입니다. 편의점 강도 난입사건을 다룬 「인질 카논」, 남자에게 배신당한 여자와 왕따 소년의 한밤중 학교에서 숙제노트를 찾는 과정을 그린 「산 자의 특권」, 친구의 괴롭힘(왕따 문제)으로 한쪽 다리를 잃은 소년이 60년 전 할아버지의 낡은 유서를 발견하게 되면서 그 비밀을 파헤치는 <팔월의 눈> 등 무겁지 않으면서 삶의 따뜻하고 소소한 일상을 그린 작품들이 많습니다. 미스터리적인 요소는 조금 적습니다. 그냥 평범한 사람들의 희망을 담은 이야기라고 할까요. 한쪽 다리를 잃은 소년은 할아버지의 유서를 발견하면서 살아갈 희망을 얻고(「팔월의 눈」), 남자에게 배신당한 여자는 학교에서 한 소년의 숙제 노트를 함께 찾아다 주면서 실연의 상처를 극복합니다(「산 자의 특권」). 그리고 우울증에 걸린 학생은 지하철에서 주운 수첩을 주인에게 찾아다 주면서 새로운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살아갈 희망을 얻습니다(「과거가 없는 수첩」).
사실 희망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거 좋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이 조금 저는 도식적으로 느껴지더군요. 너무나 소설적이더군요(당연한 말이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희망을 품기가 무척 힘들 텐데, 소소한 사건에 의해서 그렇게 마음이 바뀐다는 것이 저는 조금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읽고나면 마음은 따뜻해지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섣부른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합니다. 제가 너무 삶을 비관적이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일까요? 취향 차이겠네요. 가슴 따뜻해지고 희망을 찾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 좋아하시는 분들은 한번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