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매커보이 기자 이번에는 허수아비에게 당하다

허수아비 - 사막의 망자들,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5 ㅣ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2월

길 위에 있는 살인자, 그의 뇌가 두꺼비처럼 꿈틀거리네

길 위에 있는 살인자, 그의 뇌가 두꺼비처럼 꿈틀거리네

길 위에 있는 살인자, 그의 뇌가 두꺼비처럼 꿈틀거리네

길 위에 있는 살인자, 그의 뇌가 두꺼비처럼 꿈틀거리네

만약 이 남자를 차에 태웠다간…

-더 도어즈 ‘Riders on the Storm’

  『시인: 자살 노트를 쓰는 살인자』의 잭 매커보이 기자가 스카우트 되어 들어간 LA타임스에서 해고 명단에 오릅니다. 유예 기간은 12일. 멋지게 은퇴하기 위하여 16세 소년이 범인으로 밝혀진 트렁크 살인사건을 재조사하다가 우연하게도 연쇄살인사건으로 의심되는 징후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시인』에서 호흡을 맞춘 FBI요원 레이철 월링도 합류하고, 사건은 흥미진진하게 진행되어갑니다. 크라임 스릴러의 마스터라는 칭호에 어울리게 이번 작품 『허수아비』에도 무척 흥미로운 요소들과 치밀한 구성, 그리고 매력적인 캐릭터(악인을 정말 멋지게 그려내죠. 미워할 수 없는 악인)가 등장합니다.

  이제는 해고 명단에 오른 디지털 매체에는 익숙하지 않은 구닥다리 아날로그형 기자 잭 매커보이에게는 너무나 버거운 연쇄살인범이 등장합니다(마이클 코넬리의 『실종』과 내용이 조금 비슷하더군요. 바로 인터넷과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구세대의 비애가 살짝 느껴진다는 점에서요). 바로 ‘허수아비’라 불리는 컴퓨터 보안 전문가 웨슬리 카버입니다. 인터넷에 거의 무지한 잭 매커보이는 허수아비에게 조롱과 경멸을 당하면서 범인이 쳐놓은 덫을 계속 따라갑니다. 신용카드는 정지를 당하고, 메일은 공개되고, 통장에 있는 돈은 다 빼앗기는 등 사정없이 발가벗겨 집니다. 과연 아날로그형 기자 잭 매커보이는 컴퓨터 보안 전문가에 맞서 어떻게 사건을 해결할지 매우 궁금합니다.

  『시인』처럼 이번 작품도 범인을 초반에 드러내고 잭 매커보이와 연쇄살인범의 대결 구도로 이야기를 전개시킵니다. 그리고 스승과 멘토(범죄 스릴러에서의 범인들의 이 구도와 관계는 아직까지는 꽤 매력적인 것 같아요. 특히나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에서는 이 부분이 정말 매력적입니다), 범인의 서명(『시인』에서는 에드가 앨런 포의 시였다면 이번 작품은 바로 오즈의 마법사입니다), 연쇄살인범의 독특한 살해 방식(피해자들은 마치 허수아비를 연상시킵니다. 다리보조기와 어베이셔필리아(보행장애인성애자)라는 무척 생소한 소재가 등장하는데 문득 불구자에게 성욕을 느끼는 어떤 영화가 떠오르더군요) 등 『시인』과 무척 닮은 부분이 많습니다(『시인』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 작품도 좋아할만한 그런 부분이 정말 많습니다).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는 정보(싸이월드나 블로그에 사생활을 공개하는 분들이 은근히 많죠.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조금만 노력하면 사는 곳, 자주 가는 곳, 가족 관계, 다니는 학교나 직장 등 개인 정보를 알 수가 있죠. 사실 무척 위험한 행위인데 대다수가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너무 쉽게 드러내죠. 소설 속이 아닌 현실에서도 그런 범죄가 앞으로는 많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마이클 코넬리는 그런 면을 경계하고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 소설을 빌려 얘기하는 것이겠고요)의 부정적인 측면을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비판합니다(잭 맥커보이가 통장 털리고, 신용카드 정지당한 후 사막에 갇힌 장면은 인터넷 정보 공개의 무서움을 정말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잭 매커보이 기자와 FBI요원 레이철 월링의 로맨스도 계속 기대하게 만듭니다(아마 다음 시리즈에서는 정말 사설탐정 콤비로 활약할 듯싶어요. 그런 조짐들이 계속 보이거든요). 더 도어즈의 노래를 좋아하는 연쇄살인범 허수아비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었는데, 그의 내면은 많이 알 수가 없어서 조금 아쉽더군요(아마 작가의 의도겠지만요). 『시인』 재미있게 읽으신 분들에게는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