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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걷다 ㅣ 노블우드 클럽 4
존 딕슨 카 지음, 임경아 옮김 / 로크미디어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밀실트릭과 불가능 범죄의 대가(역사 미스터리 장르의 개척자이기도 하죠), 존 딕슨 카가 1930년에 발표한 기념비저인 데뷔작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기데온 펠 박사(<구부러진 경첩>, <세개의 관>, <연속 살인 사건> 등의 작품에 등장하는 명탐정으로 심리분석이 특기이죠)를 좋아하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프랑스의 명탐정(파리 관할 법원의 고문이자 경시청 총감) 방코랭(<해골성)>이 등장해서 사건을 해결하네요. 요코미조 세이시의 <밤 산책>과 제목이 비슷하다고 하죠. 두 작품을 비교해서 읽어도 나름 재미있을 것 같더군요(스포일러 아닙니다. 트릭 자체도 완전히 다르고요. 단, 요코미조 세이시가 존 딕슨 카에게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찾는 재미가 나름 쏠쏠하더군요). 존 딕슨 카의 데뷔작 <밤에 걷다>는 사실 국내에 처음 소개된 작품은 아니라고 하네요. 1996년 해문출판사에서 팬더추리걸작시리즈로 <투명 살인>이라는 제목으로 소개가 되었더군요. 제목이 정말 직접적이고 노골적이네요. 제목처럼 투명인간이 아니고서는 저지를 수 없는 밀실살인 트릭을 소재로 한 작품입니다.
배경은 파리입니다. 청년 귀족이자 만능 스포츠맨 라울이 결혼식 당일 페넬리의 가게 2층 카드룸에서 목이 잘린 채 발견됩니다. 살해 시간은 저녁 11시 30분. 출입문은 2곳(창문이 있기는 하나 사람을 죽이고 탈출하기에는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사건 당시 프랑수아 경관과 방코랭 총감이 그 2곳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알리바이가 너무나 완벽하죠. 그런데 카드룸에서 라울의 시체를 발견합니다. 범인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요? 정말 투명 살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트릭 자체만 놓고 보면 조금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세 개의 관>, <화형법정>, <황제의 코담뱃갑> 등의 작품과 비교하면 트릭이 조금 허술합니다. 밀실트릭의 대가 존 딕슨 카가 이런 트릭을 준비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네요(개인적으로 트릭 자체는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존 딕슨 카 추리소설만의 특징인 기괴하고 음산한 분위기는 확실히 살아 있습니다.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을 좋아한다면 좋아할만한 요소들이 많다고 할까요? 사실 이번 작품은 마치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인간의 사악하고 잔인한 본성이나 엽기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 등). 트릭 자체에는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지만, 전혀 연결고리가 없어 보이는 단서들을 이용하여 마지막에 투명 살인이라는 기이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과 드러나는 진실 이면의 충격 등은 놀랍더군요. 존 딕슨 카의 팬이라면 트릭은 조금 아쉽지만 꼭 읽고 넘어가야 할 작품이 아닐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