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는 알고 있다 블랙 캣(Black Cat) 20
로라 립먼 지음, 윤재원 옮김 / 영림카디널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아동 유괴를 소재로 한 이색 추리소설로 느낌이 묘한 작품입니다. 30년 전 두 명의 베서니 가 자매(11세의 헤더와 15세의 서니)가 유괴(또는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돈을 요구하는 유괴도 아니고, 원한에 의한 유괴도 아닙니다. 그리고 베서니 가 자매를 봤다는 제보도 없고(거짓 제보가 대부분), 무엇보다 죽었다면 시체라도 발견되어야 할 텐데, 시체조차 발견되지가 않습니다(완전 범죄?). 그냥 자매는 사라졌습니다. 경찰의 끈질긴 수사(자매의 어머니를 사모하는 한 돈 많은 경찰이 퇴직할 때까지 수사를 했으니 꽤 오랜 기간 동안 수사를 한 거죠)도 별 소용이 없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교통사고의 가해자인 한 여자가 미친 소리를 하기 시작합니다. 바로 ‘자기 자신이 바로 30년 전에 유괴를 당한 헤더라는 소녀라는 것’입니다. 왜 갑자기 그녀는 지금에서야 자신이 살아있음을 밝힌 것일까요?

  자기 자신이 ‘헤더 베서니’라고 주장하는 이상한 여자와 그 주변 인물들(변호사, 사회복지사, 경찰 등)의 이야기와 베서니 가의 두 자매가 사라진 1975년 이후의 과거 이야기(1975, 1976, 1983, 1989년의 시대 순)가 교차서술로 진행됩니다. 행복했던 베서니 가, 그리고 자매가 유괴당한 이후 점점 비극적으로 흘러가는 가족사, 그러한 과거 속에 숨어 있는 현재 벌어지는 이상한 사건의 비밀들. 물론 이야기가 긴박감 있게 흘러가지는 않습니다. 느리게 그리고 아주 조용히 당사자와 관련 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주를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강하고 자극적인 추리소설에 길들여지신 독자 분들에게는 다소 지루할 수도 있습니다. 그냥 빨리 그 이유를 밝히고 끝내면 될 텐데, 절대 이야기는 서두르지 않습니다.

  교통사고의 가해자 소녀는 갑자기 지금에서야 왜 자기 자신이 30년 전 유괴당한 소녀 헤더라고 주장하는 것일까요?(30년이면 너무나 길고도 긴 세월이잖아요. 그리고 자기 자신을 숨기면서까지 살 필요는 없었을 텐데요) 또 하나 도대체 30년 전에 베서니 가의 자매는 왜, 어떻게 유괴를 당한 것일까요? 소설을 읽는 내내 계속 궁금합니다. 무척 궁금하기는 한데, 작가는 마치 이런 수수께끼에는 관심이 없는 듯, 유괴를 당한 당사자와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만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시시콜콜 말합니다. 사실 모든 것이 빨리 밝혀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바로 30년이라는 세월의 무게감을 느껴야만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힘들고 지루하고 아프지만 버텨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 유괴를 당하고 살아야만 했던 30년이라는 긴 세월의 무게감을 느낄 수 없으니까요. 다소 잔잔한(잔인하기도 한) 이야기이기는 한데, 중반 이후부터는 사건의 비밀들이 조금씩 밝혀지면서 속도감이 붙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드러나는 사건의 진실, 충격과 반전. 마음속에 무겁게 가라앉은 상처와 고통. 조금 지루하다는 것만 제외하면(요즘은 속도와 충격이 대세인 시대잖아요), 꽤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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