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적초 - 비둘기피리꽃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은모 옮김 / 북스피어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초능력을 지닌 세 명의 여성이 등장하는 미스터리 심리소설입니다. 심리소설이라는 부연 설명을 붙인 이유는 이 소설집에 실린 이야기들이 초능력자들 간의 대결이나 초능력자들과 평범한 인간들의 대결을 그린 이야기가 아닌 타인과의 소통 불능이나 그로 인한 고독감,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데서 오는 불안감이나 혼란스러움 등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초능력이라는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는 있지만, 그 능력을 숨기며 살아가야 했던, 오히려 평범한 사람을 꿈꾸었던 그런 보통 사람들의 좌절과 아픔, 그리고 고통을 따뜻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구적초》 이후에 발표되었던, 초능력을 소재로 한, 《크로스파이어》나 《용은 잠들다》에 비해서는 다소 밋밋하고 심심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싸워야 할 대상이 ‘악인’이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거든요. 자신과의 힘겨운 싸움을 극복하는 것이 남들과는 다른 능력을 가진 바로 이 소설 속 여주인공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스러질 때까지>는 예지능력을 가진 여성이 등장하는 소설입니다. 주인공은 할머니의 죽음 이후 계단 아래 창고에서 비디오테이프에 찍힌 자신의 어린 시절 영상을 보게 되면서 자신에게 예지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 후 어린 시절 의문스러웠던 부모님의 교통사고의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녹화된 비디오테이프의 영상을 통해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과 자아를 찾아가는 내용입니다. 물론, 부모님의 교통사고의 숨겨진 비밀도 밝혀지고요. 여주인공의 가슴 아픈 사연과 아픔, 고통들이 잘 전달된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초능력자의 활약이 너무나 미약한 가슴 따뜻하고 훈훈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네요. 스티븐 킹 원작,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영화 『데드 존(The Dead Zone)』도 함께 보면 좋습니다.

  <번제(燔祭)>는 장편소설 《크로스파이어》의 원형이 된 작품입니다. 바로 염화 능력을 가진 아오키 준코라는 여성이 등장하는 소설로 화자는 아오키 준코가 아닌 미성년자들에게 사랑스러운 여동생을 잃은 가즈키라는 남자입니다. 아오키 준코의 활약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미성년자들이 재미로 범죄를 저지르고(동기가 없습니다. 그냥 재미있어서 사람을 죽입니다. 당연히 그들은 죄책감도 느끼지를 않지요), 소년법으로부터 보호도 받는 그런 불합리함을 그린 작품입니다. 범죄를 저지르고도 매스컴을 활용하여 유명인 행세를 하기까지 합니다(얼핏 《모방범》의 흔적이 보이기도 하더군요). 이 작품은 아오키 준코의 염화 능력이라는 초능력보다는 바로 그런 악마 같은 소년들에게 희생당한 가즈키의 여동생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런 인간들에 대한 복수심을 절절하게 그린 작품입니다.

  <구적초-비둘기피리꽃>는 소설의 제목만큼이나 따뜻하고 행복한 작품입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 형사 혼다 다카코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읽어내는 능력을 가진 초능력자입니다. 사실 이 초능력은 영화나 소설 등에서 흔하게 등장한 초능력이기는 하죠. 주인공의 직업이 형사라 위의 두 작품에 비해서는 다양한 사건들이 등장합니다. 유괴 납치 사건, 바바리맨 사건, 친구 살해 사건 등 다양한 사건들이 등장하고 다카코는 나름의 능력(물론 점차 초능력이 아닌 자신의 능력으로 사건을 해결합니다)으로 사건들을 멋지게 해결합니다. 물론 사건의 멋진 해결보다는 점차 자신의 초능력이 사라지는데서 오는 다카코의 불안 심리에 초점을 두고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남들과 다르기 때문에 지금까지 그 능력으로 살아왔는데, 그런 능력이 사라진다는 것은 자기 자신의 존재 자체가 사라지는 것과 별반 다르지가 않죠. 그런데서 오는 두려움과 불안감, 그리고 주변 동료들에 의해 서서히 그런 두려움과 불안감을 극복하고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는 그런 과정들이 소소한 웃음과 잔잔한 감동, 그리고 미스터리한 분위기 속에 잘 녹아든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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