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몰 피아노 - 카가미 소지가 되돌리는 범죄
사토 유야 지음, 박소영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제1장 “저는 피해자입니다.”

제2장 “박해를 받고 있습니다.”

제3장 “이런 일을 당하는 원인을 알고 싶습니다.”

제4장 “그건 역시 제가 잘못한 걸까요?”

제5장 “더는 견딜 수가 없습니다.”

제6장 “누가 저를 좀 구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제7장 [대답이 주어지고, 인식은 역전이 일어난다]

제8장 “저는 가해자입니다.”

종장

  소설의 제목, 부제, 그리고 목차 제목까지 무척 독특하고 특이합니다. 사실 사토 유야의 《카가미 가(家) 연작 시리즈》는 제목과 부제, 그리고 목차만 잘 연구해도 조금이나마 반전이나 트릭을 알 수 있습니다만, 소설을 다 읽어야만 그 속에 숨은 의미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무척 재미있죠? 이 소설은 종반까지는 아무 것도 드러나지 않습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어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세 개의 이야기가 ‘나’ 1인칭 시점으로 교차 진행되거든요. 추리소설이니 당연히 이 세 개의 이야기는 연관이 있겠죠?(추리소설이 아니라도 연관이 없다면 굳이 이렇게 복잡하게 플롯을 꾸밀 이유는 없겠죠)

  채팅으로 알게 된 소녀에게 집착하는 18세의 ‘나’, 뇌가 망가진 여동생의 살해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33세의 ‘나’, 그리고 동급생 소녀를 지키기 위해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초등학교 4학년 ‘나’, 물론 세 명의 ‘나’는 모두 정상은 아니에요. 그런데 이런 ‘나’의 이야기에 이상한 녀석들이 끼어들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더욱 복잡해지고 수수께끼는 한층 더 깊어집니다. 채팅으로 알게 된 소녀에게 집착하는 ‘나’에게는 그 유명한 카가미 가(家)의 차남 카가미 소지가 끼어들고(물론 그의 역할은 부제처럼 범죄를 되돌리는 것입니다. 무슨 얘기인지…….), 뇌가 망가진 여동생의 살해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나’에게는 카가미 가(家)만큼이나 이상한 가족이 끼어들어 사건(세계)을 뒤흔듭니다. 제발 가만히 좀 있어주면 좋으련만, 자꾸 끼어들어서 이야기를 복잡하게 만듭니다(독자들은 이런 인간들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물론 반어법입니다). 동급생 소녀를 지키기 위해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나’에게는 형체가 없는 ‘놈’과 검은 옷을 입고 다니는 이상한 녀석이 따라 다닙니다. 그리고 죽음도 함께.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죠? 사실 저도 종반까지는 도대체 뭔 얘기를 하는지 몰랐습니다(반전이 있다는 이야기겠죠?). 사실 트릭이나 반전, 이야기의 황당함이나 잔인함(다행스럽다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국내에 소개 된 카가미 가(家) 연작 시리즈 중에서는 가장 덜 잔인합니다. 아니 거의 잔인함이 없어요)보다도 우울한 인간들이 세계(작가일 수도 있고, 자기 자신일 수도 있으며, 타인일 수도 있고, 암튼 그 대상은 무궁무진)로부터 망가지고 파괴되어지는 과정의 슬픔과 우울함이 더 인상 깊은 작품이었습니다. 물론 스스로 망가지는 이유도 있지만요. 뇌가 없는 인간들이 스스로 망가지는 이야기라고나 할까요? 암튼 이번 작품도 역시 실망시키지 않네요.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에나멜을 바른 혼의 비중』이라는 작품이 더 좋았습니다(잔인한 장면 묘사가 많은 소설을 좋아하거든요). 단, 종반까지 이야기가 조금 늘어지는 감이 있네요. 따라서 조금 지루하기는 합니다.

덧1. 개인적으로는 천재 작가 오츠 이치보다 오히려 사토 유야가 한 수 위가 아닐까 싶네요. 물론 사토 유야의 작품이 국내에 많이 소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교하는 것이 조금 그렇기는 하지만, 사토 유야의 작품을 읽다보면 '정말 이 작가 천재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국내에 소개 된 사토 유야의 작품은 모두 만족스러웠던 반면 오츠 이치의 작품은 조금 실망스러웠던 적이 많거든요. 사토 유야의 작품 국내에 많이 소개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덧2. 니시오 이신의 《헛소리 시리즈》와 사토 유야의 《카가미 가(家) 연작 시리즈》 모두 좋아하는데, 《헛소리 시리즈》는 캐릭터가 당황스러워서 추천하기가 조금 망설여지는데(또한 추리보다는 판타지 성향이 강하기도 하고), 《카가미 가(家) 연작 시리즈》는 변태, 가학적인 성향이 조금 짙지만, 추리적인 요소가 많아서 암튼 본격 미스터리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추천하고 싶은 강한 열망이 있네요. 물론 책임이 못 지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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