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심연 뫼비우스 서재
막심 샤탕 지음, 이혜정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요즘 괜찮은 영미권 장르 작가들을 많이 알게 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마이클 코넬리, 할런 코벤, 데니스 루헤인, 제프리 디버, 막심 샤탕의 소설은 그냥 무조건 읽습니다. 당연히 작품의 재미는 확실히 보장하는 작가들이죠. 이러한 작가들 중에서도 단연 잔혹 스릴러에 있어서는 막심 샤탕이 최고이지 않나 싶어요. 조슈아 브롤린 탐정이 등장하는 「악의 3부작」시리즈는 정말 최고입니다. <악의 영혼>이 2002년에 발표가 되었는데 아직까지 영화화가 되지 않은 것이 이상할 정도로 정말 스토리나 플롯이 뛰어나더군요.

  <악의 심연>은 <악의 영혼>(「악의 3부작」의 첫 번째 시리즈)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전직 프로파일러 조슈아 브롤린이 사립탐정으로 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악의 영혼>을 읽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포틀랜드 인간백정의 연쇄살인은 정말 끔찍했죠. 미치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로 엄청난 충격을 사건이었고, 조슈아 브롤린은 모든 것을 잃죠. 누군가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후회감, 그리고 상실감 때문에 조슈아 브롤린은 실종 전문 사립탐정이 됩니다. 우선 조슈아 블로린이 멋지게 활약하기 위한 준비는 어느 정도 갖추어졌습니다. 과연 그가 이번에 만나게 되는 사건은 또 얼마나 무시무시하고 잔인할까요?

  시작은 역시나 끔찍합니다. 한 여자가 머리 가죽이 벗겨진 채 미친년처럼 뉴욕의 도로 위를 활보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그리고 몸에 새겨진 ‘67-3’이라는 숫자 문신. 그리고 이어서 발견되는 또 다른 시체들. 여대생 실종사건을 수사하러 뉴욕에 온 조슈아 브롤린은 이 사건을 전담하는 특별수사팀에 합류합니다. 이야기의 시작이 무척 끔찍한데, 불행한 것은 시작이 정말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계속 발견되는 시체와 해골들.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요? 그리고 범인은 왜 이런 짓을 저지르는 것일까요? 범인의 머릿속에 들어가 직접 범인이 되어 사건을 수사하기로 유명한 전직 프로파일러 조슈아 브롤린이 마주하게 될 악의 심연은 또 얼마나 깊고 어두울까요? 스토리를 따라가는 재미뿐만 아니라 중간에 마주치는 소름끼치는 묘사들, 마지막의 충격적인 반전, 그리고 넌지시 던지는 철학적인 질문들. 현대 소비사회를 이렇게까지 잔인하게 파헤치는 작품도 아마 드물지 않을까 싶어요.

  조슈아 브롤린, 전직 프로파일러이자 이제는 실종 사건을 전문으로 다루는 사설탐정. 이 소설의 첫 번째 재미는 바로 조슈아 브롤린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일반인이라면 감히 엄두도 못 낼 범인의 머릿속으로 직접 들어가서(범인의 관점에서) 사건을 해부합니다. 그리고 그는 마치 존재하지 않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무채색의 인간이라고 할까요? 따뜻하게 안아 주고 싶기도 하면서 때로는 기대고 싶은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인물입니다. 두 번째는 빠르게 진행되는 스토리를 꼽을 수 있겠네요. 영미권(특히 프랑스 작가, 물론 다 그렇지는 않지만) 소설은 조금 지루한 느낌이 들죠(영화도 그런 영화들이 많죠. 작품성은 있지만 재미는 별로 없는). 그런데 막심 샤탕의 소설은 무척 빨리 읽힙니다. 그리고 다음 이야기의 궁금증 때문에 허겁지겁 책장을 넘기게 됩니다. 한 마디로 가독성이 무척 좋습니다(마치 할리우드 공포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 세 번째는 바로 잔인성입니다. 단순한 잔인한 장면의 나열은 절대 아닙니다. 이유가 있는 잔인함이라고 할까요? 결코 쓸모없는 묘사는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넌지시 던지는 철학적 질문들. 개인적으로 잔인한 살인을 저지르는 범죄자의 생각에 조금이라도 동조하게 된다면 그 인물과 소설은 성공적이지 않나 싶어요. 이러한 철학적 질문들이 앞서 언급한 이야기의 잔인함을 상쇄시켜주고, 작품의 의미도 부여하지 않나 싶습니다. 재미도 있으면서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 암튼 그렇습니다. 이 작품 좋아요. 잔혹 스릴러 좋아하신다면 막심 샤탕의 「악의 3부작」시리즈는 그냥 읽으세요. 결코 후회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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