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남겨진 자들 ㅣ 메두사 컬렉션 2
제프리 디버 지음, 남명성 옮김 / 시작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할 수 없다!
매 순간 당신이 보고 있는 모든 것을 의심하라!
사실 출판사의 홍보 문구는 조금 과장된 경우가 많죠. 그런데 위의 문구는 100%까지는 조금 무리더라도 99% 정도는 믿어도 될 정도로 이번에 나온 제프리 디버의 신작 스탠드 얼론 《남겨진 자들》은 정말 재미있습니다. 책을 손에 잡고서 정말 쉬지 않고 읽은 것 같네요. 흡입력과 가독성 하나는 정말 끝내줍니다. 물론 단순 재미만을 노린 그런 작품은 아닙니다(제프리 디버 팬들이 들으면 노할 얘기겠죠?). 제프리 디버는 《본 콜렉터》, 《코핀댄서》 등의 링컨 라임 시리즈와 (아직 국내에는 소개가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캐서린 댄스 시리즈로 이미 국내에도 꽤나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작가죠. 사실 그렇게 유명한 작가임에도 그의 소설은 《21세기 서스펜스 컬렉션1》에 수록된 <영원히>라는 단편(중편?)을 제외하고는 읽어 본 적이 없습니다. <영원히>라는 소설을 읽고 쓴 제 서평을 보니 '서서히 밝혀지는 사건의 비밀들. 끔찍한 충격과 소소한 반전. 극적인 재미, 개성 강한 캐릭터, 그리고 사회문제까지 다룬 아주 재미있는 추리소설'이라는 글이 있더군요. 역시나 이번 작품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역시나 유명 작가는 유명 작가더군요.
미국 위스콘신에 있는 호숫가의 작은 마을. 여경관 브린은 그곳에서 걸려 온 911긴급전화 때문에 근무가 끝났음에도 집과 가깝다는 이유로 전화가 걸려 온 별장으로 순찰을 나갑니다. 그러나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시무시한 두 명의 살인청부업자(감정적이고 즉흥적인 루이스와 냉철하고 영리한 하트)와 죽은 부부의 시체들. 암튼 그곳에서 우연찮게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살인청부업자와 맞닥뜨리게 된 브린은 이제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재수 없게도 외부와의 연락이 가능한 휴대전화와 자동차, 총까지 모두 잃어버립니다. 범인들은 남자 두 명에 산탄총까지 가지고 있는데 말이죠(게다가 한 명은 무척 영리합니다. 빌어먹을).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도시에서 곱게 자란 젊은 여자도 구해서 도망가야 합니다(부부의 친구인데 범인이 방심하고 있는 틈을 타 도망칩니다). 이 젊은 도시 여자, 무척 짜증납니다(사실 읽으면서 내내 그냥 버려두고 도망가라고 브린에게 말하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조금 멍청합니다. 빌어먹을). 초반에는 사실 너무나도 유명한 스콧 스미스의 《심플플랜》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범인과 여경관의 쫓고 쫓기는 추격신이 정말 스릴 있거든요. 범인(하트)과 여경관의 심리 싸움과 그리고 두뇌 싸움도 꽤 볼만하고요. '뛰는 자 위에 나는 자 있다.'라는 말이 딱 생각나더군요. 살인청부업자 하트와 여경관 브린의 숲 속에서의 추격신은 정말 최고입니다.
사실 숲 속에서의 추격 신만으로도 이 소설은 너무나 재미있고 완벽합니다. 독자를 쥐었다 놓았다 하는 것이 마치 능구렁이 같더군요. 여경관 브린의 위기 대응에 감탄하다가도 살아남은 희생자를 구하려다 위험에 처하게 되면 가슴을 쓸어내리게 됩니다(도움을 받는 처지에 있으면서도 참으로 짜증나게 합니다. 도시 여자나 어린 여자아이나 모두 말이죠. 물론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나 이 소설에서는 참으로 얄밉고 어리석게 그려집니다. 모두를 위험에 몰아넣거든요). 또한 브린의 속임수를 눈치 채고 역으로 이용하는 범인의 대응에 숨을 죽이다가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넘기면 또 다시 안도의 한 숨. 밤부터 새벽까지 숲 속에서의 이런 추격신이 계속 이어집니다. 물론 또 다른 훼방꾼도 등장합니다. 이제 끝났구나! 따뜻한 집에 가서 샤워를 하면서 편히 쉴 수 있겠구나 생각하는 순간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면서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속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다시 시작입니다(따라서 앞에서도 말했듯이 '매 순간 당신이 보고 있는 모든 것을 의심하라!'는 출판사의 홍보 문구를 정말 믿게 되었죠). 반전과 트릭이 있다는 것 정도만 언급하겠습니다(스포일러 없이 설명하기 위해서, 그리고 독자들의 재미를 반감시키지 않기 위해서. 제가 언급한 부분은 책 띠지에도 있는 글들입니다). 마지막까지 정말 긴장감을 한시도 늦출 수 없더군요. 마이클 코넬리, 데니스 루헤인와 함께 좋아하는 영미권 추리작가 목록에 올려놓아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남겨진 자들》에는 이런 쫓고 쫓기는 추격신과 반전, 그리고 트릭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여경관 브린의 과거사와 현재사, 그리고 첫 번째의 이혼과 두 번째의 결혼. 몸이 아픈 어머니와 사고를 치는 아들, 게다가 바람피우는 남편까지. 여경관 브린의 숨겨진 가족사와 사건 전후과정을 통해 점차 변화되어가는 그녀의 삶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그리고 서브플롯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야기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메인플롯보다 더 무시무시하고 잔인하더군요. 정말 놀랬습니다. 끔찍하더군요. 재미있는 소설을 읽고 싶다면 단연 추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