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일
히라야마 유메아키 지음, 윤덕주 옮김 / 스튜디오본프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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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고독과 허무, 그리고 무관심, 그 속에 아무렇지 않게 숨어 있는 일상 속의 공포를 잔인하리마치 날 것 그대로 끄집어 낸 호러 단편집입니다. 과격하게 말하자면 조금 혐오스럽거나 역겨울 수도 있습니다. 히라야마 유메아키의 다른 단편집 《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어느 블로그에 보니 2008년에 읽은 최악의 소설로 뽑히기도 했더군요)이나 오츠 이치의 《GOTH》 같은 작품 싫어하신다면 그냥 읽지 마세요. 구토 유발을 일으킬 수도 있거든요. 물론 그렇다고 너무 겁먹지는 마세요. 개인적으로 이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분명 불편해하실 분들도 있을 것 같거든요.

《남의 일》이라는 작품부터 살펴볼까요? 처참한 교통사고 현장, 구해 달라는 다친 사람(가족)의 도움을 그냥 무시해 버립니다. 겁먹은 아이만이라도 도와달라고 하는데도 무시합니다. 남의 일이니까요. 물론 도움을 주기는 합니다. 차에 다리가 걸린 남자에게 날카로운 톱을 줍니다. 다리를 자르고 빠져 나오라고요. <자식 해체>는 제목부터가 무시무시합니다. 어머니의 자궁을 찢고 태어난 괴물이자 쓰레기 같은 자식을 부부가 죽이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그 자식이 문제가 많습니다. 심심하면 어머니를 때리거든요. 어머니는 남편에게도 맞습니다. 남편과 자식은 아내이자 어미를 때리고, 부부는 자식을 죽이기 위해 성능이 뛰어난 전기톱을 구입합니다. <딱 한 입에...>라는 작품도 살펴볼까요? 이 작품은 사실 반전이 있는 이야기인데, 사람 고기 먹는 이야기입니다. 그것도 자기 자식의 고기를요. <정년 기일(忌日)>에 대해서도 얘기해 볼까요?ㅎㅎ(왜 이렇게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재미있을까요? 아무래도 저는 변태 싸이코인 듯) 정년퇴직을 한 직장장사를 부하직원들이 잔인한 폭력을 행사하는 얘기입니다. 현실을 반영한 SF인데, 불필요한 늙은 노인들을 제거하는 이야기입니다. <인간 실격> 이 작품도 꽤나 살벌합니다. 잔인한 묘사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잔인한 사악함 때문에 소름이 돋습니다. 대체로 작품의 내용과 분위기는 이렇습니다.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이야기, 그리고 너무나 오랫동안 기다린 이야기, 《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이나 《GOTH》 이후 너무 기다린 이야기, 그래서 읽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극단적인 잔인함과 엽기적이며 혐오스러운 이런 이야기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가? 작가가 변태 아니냐? 이런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들도 역시 변태 아니냐? 그런데 《남의 일》이라는 단편집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먼 나라, 이웃 나라, 판타지 속 상상인물은 아닙니다. 바로 우리 이웃이라는 얘기죠. 물론 모든 이웃들이 다 그렇지만은 않죠. 그리고 조금은 자극적으로 묘사한 부분도 있죠. 그리고 범죄자를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일반 범죄소설 속의 그런 전형적인 범죄자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냥 어쩌다보니 스스로 범죄를 저지르는 인간들이 등장할 뿐. 사실 읽고 나면 답답합니다. 부모-자식 간의 갈등, 부부 문제, 연애문제,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 집단 이지메, 은둔형 외톨이 등 일상적인 문제가 극한 상황으로 가게 될 때의 그 무시무시한 상황을 그리고 있는데, 무서우면서도 답답합니다. 내 자신이 괴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이 책을 읽는 자는 모든 희망을 잃게 된다!"

절망의 밑바닥에서 허우적거리고 싶으신 분들에게 강력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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