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사이코 - 상 밀리언셀러 클럽 15
브렛 이스턴 엘리스 지음, 이옥진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크리스찬 베일 주연의 영화 『아메리칸 사이코』의 원작소설이 뒤늦게 국내에 출간이 되었습니다. 영화도 엄청난 문제작으로 알고 있는데, 원작소설은 더 심한 것 같네요(소설에 비하면 영화는 많이 얌전한 편이라고 하네요. 미국에서도 출간 당시 무지 시끄러웠다고 합니다. 국내에 출간된 것 자체가 그저 신기할 뿐. 잔인한 묘사뿐만 아니라 쉽게 읽히는 소설도 아니거든요). 브렛 이스턴 엘리스의 <아메리칸 사이코>는 1991년에 발표된 소설입니다. 18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쉽게 받아들이기에는 힘든 혐오스러운 내용들이 정말 많네요(19세 미만 구독 불가 판정을 받은 것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됨). 특히 여성들에 대한 잔혹한 묘사가 많아서(예를 들면, 여성의 자궁에 관을 삽입하고 달콤한 치즈를 넣어서 거대한 쥐를 집어넣는 장면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 여성들은 특히 혐오감을 많이 느낄 것 같네요. 그러나 이런 묘사는 극히 적습니다. 강도가 조금 세서 그렇지, 그런 장면이 많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그런 장면도 (상)권 중간이 넘어서야 나옵니다.

<아메리칸 사이코>는 뉴욕 월스트리트의 금융상 P&P의 CEO 팻 베이트먼의 일상생활을 1인칭의 시점으로 묘사한 작품입니다. 사실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부유한 친구들을 만나서 좋은 음식점과 술집에서 먹고 마시고 떠들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정신분열증에 강박증과 편집증까지 있어 보이는 제목 그대로 아메리칸 사이코 팻 베이트먼의 시점으로 묘사가 되니 읽는 독자까지 미치기 일보직전의 상황에 몰립니다. 근래에 소설을 읽으면서 이렇게 편두통에 시달린 적도 처음이네요. 머리가 정말 아팠습니다. 팻 베이트먼은 사람의 내면에는 관심이 별로 없습니다. 사람의 겉모습으로 그 사람을 판단하는데, 옷과 신발, 장신구, 차, 명함, 시계, 가방, 신용카드 등으로 그 사람의 가치 기준을 평가합니다. 물론 그가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돈 많은 집 자식들입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명품의 종류만 해도 수백 가지는 되지 않을까 싶어요(친구들이 하고 있는 명품에 대한 묘사만 해도 어마어마합니다. 매일 패션이 바뀌니 당연하죠). 주인공은 매일 사람을 만납니다. 따라서 아래와 같은 묘사가 엄청 자주 등장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뮤지션에 대한 주인공의 생각도 있는데, 거의 음악평론가 수준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집착과 강박이 엄청납니다.

"여자는 양모 재킷에 실크 블라우스와 양모 플란넬 바지를 입었는데 모두 아르마니 제품이고 석류석 귀고리에 장갑을 낀 채 손에는 물통을 들었다. 남자는 트위드 스포츠 재킷, 캐시미어 스웨터 조끼, 면 샴브레 셔츠에 넥타이까지 전부 폴 스튜어트 제품으로 빼입고, 아네스 베 면 소재 트렌치코트를 팔에 걸쳤다." (<아메리칸 사이코>(하) p.349)

그렇다면 과연 이 소설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요? 미친 주인공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독자들도 미치라고 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혐오감을 느끼라고 하는 것일까요? 구토를 유발하려는 악의를 가지고 작가는 이 소설을 집필한 것일까요? 아마 이 소설을 조금 읽다가 짜증과 혐오감에 책을 집어던진 분들도 굉장히 많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사실 정신분열증에 강박증과 편집증,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는지 확인할 수도 없을 정도인 연쇄살인마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한 마디로 “미친x”하고 무시하고 싶은 심정이죠. 동정은 당연히 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개xx”하고 욕하고 싶은 마음은 또 들지가 않습니다. ‘저 사람은 앞으로도 저렇게 고통스럽고 절망스럽게 살다가 뒤지겠구나.’ 하는 정도의 생각만 그저 들뿐. 돈 많고, 지위도 있으며, 몸짱 모델들과 데이트도 자주 하는 등 전혀 아쉬울 게 없는 인생을 사는 한 사이코 정신분열증 환자의 불안한 내면 심리를 탐험하고 싶으신 분들에게는 좋은 참고서(?)가 될 것 같기는 하네요. 그런 불안한 심리 묘사는 정말 읽는 독자가 짜증날 정도로 세세하게 묘사되어 있거든요. 조금 더 나가면 물신주의에 대한 비판(팻 베이트먼은 인간을 하나의 물질로 평가를 합니다. 그런 묘사들이 정말 징그럽게 나옵니다)이나 인간관계의 공허함(주인공뿐만 아니라 친구들도 모두 이상합니다. 감정이 없다고 할까요? 전혀 인간미가 없습니다. 마치 기계 같더군요) 등도 읽히기도 합니다. 쉽게 읽히는 책도 아니고, 연쇄살인범과 형사(카메오도 아니고)가 등장하지만 흔히 생각하는 공포소설이나 추리소설은 아닙니다. 달콤하고(?) 매력적인 소설이기는 하지만 쉽게 시작하기에는 조금 독한 마음이 필요한 소설이기도 합니다.

덧. 이 소설을 다 읽고 난 후 이 책을 읽은 다른 분들의 평이 몹시 궁금하더군요. 평이 상당히 엇갈리지 않을까 싶어요. 문제작임에는 확실합니다. 읽기 몹시 힘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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