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사람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윤성원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수상한 사람들의 황당하고 당황스러운 일곱 편의 이야기를 수록한 단편 모음집으로 충격적인 반전보다는 일생생활 속에서의 소소한 미스터리를 담고 있습니다. 낯선 여자가 내 침대에서 자고 있거나 모르는 사람이 친구라고 하며 편지를 보내지 않나 암튼 굉장히 일상적이면서도 황당합니다. 따라서 진실을 알고 나면 그 비밀이라는 것이 어떤 대단한 것이 아닌 무척 사소한 것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사실 별 얘기 아닐 수도 있는 사건들을 이렇게 비일상적인 것으로 바꾸어 미스터리하게 만들어 버리는 재주는 확실히 히가시노 게이고만의 특기이자 장기가 아닐까 싶네요. 관찰력과 상상력이 정말 좋은 작가 같아요. 이번 단편집은 사회적인 문제나 인간관계를 파헤치면서도 적절하게 비밀이나 반전도 숨어 있어 소소한 재미를 줍니다. 반전의 충격이나 사회 문제를 집요하게 파헤치는 그런 작품들이 아닌 가볍게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작품들이 아닐까 싶어요. 본격 추리물과 사회파 추리물의 중간 지점, 드라마가 강한 이야기라고 할까요? 가벼운 미스터리 소품집 정도로 생각하고 읽으면 좋을 듯싶네요.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작(1994년에 발표)으로 지금의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의 원형인 작품들이 많아서 비교하는 재미도 꽤 쏠쏠합니다.

<자고 있던 여자>는 얼굴도 못생기고 친구도 없는 남자가 회사 남자동료들에게 5천 엔에 방을 빌려줍니다. 여자 친구와 섹스를 할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죠. 화요일은 A, 수요일은 B, 목요일은 C하는 식으로 말이죠(물론 그런 날은 불쌍하게도 자동차에서 잠을 잡니다. 돈을 벌어서 좋다고 해야 할지, 애인 하나 없어 자동차에서 자는 것을 불쌍하다고 해야 할지, 암튼 그렇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당연히 옷을 갈아 입으로(계약 기간은 아침 6시까지입니다) 아침에 집으로 왔는데, 웬 모르는 여자가 있는 것입니다. A, B, C는 물론 자기 자신도 모르는 여자가 침대에서 자고 있습니다. 그리고 콘돔을 사용하지 않아서 사타구니 부분에 정액도 묻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여자 술이 취해서 누구랑 잤는지 기억을 못합니다. 아니 그렇다면 열쇠도 없이 어떻게 들어 온 것일까요? 그 다음의 이야기를 만들어 보세요. 재미있고 황당하고 충격적인 그런 이야기를 말이죠. 당연히 비밀과 반전이 숨겨져 있습니다. 아기자기한 맛이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판정 콜을 다시 한 번!> 역시 재기 넘치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구성면에 있어서는 <달콤해야 하는데>와 묶어서 설명할 수 있겠네요. 사실 트릭 자체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이 두 작품은 설명하기가 조금 그러네요. 과거의 어두운 기억, 자신의 인생을 파멸시켰다고 생각하는 대상에 대한 강한 증오, 그런 증오 뒤에 찾아오는 씁쓸함과 허무감. 개인적으로 마지막의 여운이 인상 깊었던 작품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현재의 미스터리 장편소설에 가장 영향을 미친 작품이지 않을까 싶어요.

<죽으면 일도 못해>는 일본의 열심히 일하고 충성하는 문화를 블랙코미디 식으로 비튼 작품입니다. 사람이 죽었습니다. 그런데 웃깁니다.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 물론 좋죠. 그런데 그런 자신의 성실이 타인에게 피해를 준다면? 웃지 못 할 해프닝 뒤에 씁쓸함을 남기는 작품입니다. 사실 독자 스스로 추리하기에는 조금 어렵습니다. 상황의 아이러니를 블랙유머와 미스터리로 풀어낸 점이 독특하고 좋았습니다.

<등대에서> 역시 결말이 무척 돋보이는 작품인데, 인간의 나약하지만 잔인한 면을 극대화시킨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마음속에 감추고 있는 분노와 적개심, 증오 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으로 잔인한 장난을 다룬 작품입니다. 관계의 역전, 그리고 관계의 지속성의 허울을 파헤친 작품으로 역시나 재미있습니다.

<결혼 보고>는 <죽으면 일도 못해>와 상황 설정 부분에서 비슷한 작품입니다. 그러니까 사건의 원인이 비슷하다고 할까요? 사건의 우연성을 내세운 작품으로 추리 과정 자체보다는 마지막에 사건의 원인이 밝혀지면서 드러나는 진실이 주는 황당함이 포인트인 작품입니다. 마지막의 <코스타리카의 비는 차갑다>는 미스터리는 조금 약하고, 정석대로의 추리과정을 담은 작품으로 이번 작품집에서 가장 밋밋했습니다. 참고로 이 작품은 작가 지인이 체험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여진 작품이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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