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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없는 살인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윤성원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의 대표적인 추리소설 작가. 최고의 작품과 보통의 작품은 있으나 최하의 작품은 없는, 고른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게다가 빠른 집필 능력(20년이 넘는 작가 생활 동안 60여 편에 달하는 작품 발표)과 흡입력과 가독성까지 최고.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그런 작가의 단편집이 국내에 소개가 되었습니다. 1990년에 발표된 단편집 《범인 없는 살인의 밤》. 사실 굉장히 좋아하는 작가이기는 하나 수준 미달의 작품도 마구 소개가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었고, 게다가 1990년에 발표된 소설들. 사실 20여 년 전의 추리소설이라면 조금 식상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는 있었습니다. 사실 근래에 조금 그런 작품들이 없지 않아 있었고요. 이 소설은 그냥 추천부터 날립니다.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한 일곱 편의 단편들이 실려 있습니다.
국내에 소개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이 아닌) 단편집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뉩니다. 취향에 따라 골라 드세요. 우선 히가시노 게이고의 프로필에서도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블랙 유머 소설집입니다. 바로 <흑소소설>, <독소소설>, <괴소소설>입니다. 제목 그대로 어둡고, 독하며, 괴기스러운 유머들이 아주 작렬합니다. 블랙 유머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 다음으로 유가와와 구사나기 콤비가 등장하는 시리즈입니다. 바로 <예지몽>과 <탐정 갈릴레오>(참고로 장편으로는 나오키상을 수상한 <용의자 X의 헌신>이 있습니다). 이 시리즈의 특징은 초자연적인 현상과 관련된 사건들을 과학적인 추리로 풀어낸다는 점입니다. 또한 두 콤비의 개그도 유쾌하고요. 유머가 깃든 트릭 위주의 추리소설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 마지막으로 이번 단편집 <범인 없는 살인의 밤>입니다. 이 단편집은 (장편에 비유하자면) <백야행>, <악의> 등의 사회파 미스터리 계열에 속합니다. 물론 트릭이나 반전이 없으면 히가시노 게이고가 아니죠. 20년 전에 소설이라고요? 읽지 않으셨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 표제작이자 마지막에 실린 단편 <범인 없는 살인의 밤>의 트릭과 반전은 정말 훌륭합니다. <작은 고의(故意)에 관한 이야기>는 학원 미스터리로 <방과 후>나 <동급생>의 작품들이 떠오릅니다. 사회파 미스터리 계열의 추리소설이기는 하지만 결코 트릭이나 반전에 소홀하지 않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 대표작들을 응축시켜 놓았다고 할까요? 작품의 밀도가 매우 높습니다.
<범인 없는 살인의 밤>에는 <작은 고의(故意)에 관한 이야기>, <어둠 속의 두 사람>, <춤추는 아이>, <끝없는 밤>, <하얀 흉기>, <굿바이, 코치>, <범인 없는 살인의 밤>의 총 일곱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소재 자체가 독자의 궁금증을 자아낼 만큼 무척 매력적입니다. <작은 고의(故意)에 관한 이야기>에서는 학교 옥상에서 우등생이 자살을 합니다. 왜? 친구가 사건의 내막을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은퇴한 양궁 선수가 자살하면서 남긴 비디오 유서에 남긴 비밀은? 등등 일일이 열거하는 것은 재미가 없습니다. 인간의 악의, 사건의 의외성, 선의가 악의가 되는 아이러니, 반전과 트릭, 반전의 반전(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의 특징이죠. 간단하지 않은 사건의 해결도 다시 뒤집는 치밀함), 사건 해결 뒤에 오는 씁쓸함. 이번 단편집 <범인 없는 살인의 밤>에 대해서는 "사회파 미스터리와 본격 미스터리의 절묘한 조화"라는 간략한 평을 내리고 싶네요. 이번 작품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중에서 정말) 의외의 수확이었습니다(사실 기대를 많이 안 했거든요). 추천 한방 과감하게 날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