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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 플랜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19
스콧 스미스 지음, 조동섭 옮김 / 비채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1994년에 세종서적에서 출간된 스콧 스미스의 데뷔작 <심플 플랜>이 비채의 모중석스릴러클럽에서 재출간되었습니다. 스콧 스미스는 작년에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 <루인스(The Ruins)>의 원작 <폐허>의 작가이기도 합니다. 13년 동안 단 두 편의 작품으로 스릴러의 거장이라는 소리를 들었죠(스티븐 킹이 참으로 좋아하는 후배 작가이기도 하고요. "일단 읽어라!" - 스티븐 킹). <폐허>와 <심플 플랜>을 일단 읽어보세요. 진정한 스릴러의 매력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이블데드>, <스파이더맨>의 샘 레이미가 만든 영화 <심플 플랜>도 꼭 보세요. 영화 정말 재미있습니다. 이 영화와 함께 코엔 형제의 <파고>도 함께 보시면 좋고요.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자기 영혼을 판 사람 같은 겁니다. 나쁜 짓 하나를 했는데, 그것 때문에 더 나쁜 일이 일어나고, 그렇게 계속 불어나고 불어나죠. 그래서 결국 여기까지 왔습니다. 여기가 밑바닥입니다." (pp.509-510)
눈 덮인 산의 경비행기 안에서 현금 4백 40만 달러를 발견합니다. 범죄의 냄새가 나는 돈. 언론이나 경찰에서는 이 돈에 대한 얘기도 전혀 없습니다. 심지어 돈에 표시조차 되어 있지 않습니다. 돈을 발견한 얼치기 세 명(주인공 '행크', 그의 형 '제이콥', 제이콥의 친구 '루'. 그런데 사실 얼치기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커다란 돈 앞에서는 평범한 사람도 그냥 얼치기가 되는 것 같아요)은 이 돈을 가지려고 합니다. 그러나 성격 급한 루는 자기 몫의 돈을 계속 달라고 하고, 그냥 발견한 돈을 6개월 정도 숨겼다가 쓰면 되는 간단한 계획은 점점 걷잡을 수 없게 복잡하게 흘러갑니다. 큰돈에 대한 두려움, 서로에 대한 의심, 범죄를 들키지 않으려고 하는 치밀함에서 오는 압박감, 그로 인해 대수롭지 않게 저지르는 살인, 점점 더 자신들의(인간으로서의) 본성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결국 돈은 그들의 행복을 보장하는 도구가 아닌 그들을 점점 파멸로 몰아갑니다. 이러한 과정이 굉장히 무미건조하게, 때로는 공허하게, 그리고 빠르게 진행됩니다. 생각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끝나버리는 악몽과도 같은 심플 플랜, 도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인간의 나약함, 두려움, 탐욕, 죄책감, 불신 등의 인간 심연에 자리 잡고 있는 어두운 본성을 이렇게 단순한 이야기 구조 속에 담기가 쉽지 않을 텐데도 스콧 스미스는 정말 멋지게 해 냅니다. 그의 데뷔작이 극찬을 받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지 않을까 싶어요. 주요 등장인물 4명, 한정된 장소, 그리고 돈을 놓고 벌어지는 주인공들의 다툼과 그로 인한 사건들. 돈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불태우게 될 것인가? 이들은 상대방을 믿고 끝까지 이 단순한 계획을 지킬 수 있을까? 불필요한 묘사 없이 사건이 빠르게 흘러갑니다. 그리고 이 단순한 계획은 점점 복잡해지고 거대해져서 이제는 손을 뗄 수도 없을 정도로 되어버립니다. 쉽게 읽히고 쉽게 이해되며 그러면서 재미있습니다. 과연 이들은 4백 40만 달러를 가질 수 있을까요? 인간의 욕심과 탐욕의 끝은 어디일까요? 단순함 뒤에 숨은 거대한 불행은 그들이 치러야 할 대가치고는 너무 크지 않았나 싶네요. 그래서 이 바보들의 돈을 놓고 벌어지는 한바탕의 소동극은 씁쓸함만 남긴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