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 자살 노트를 쓰는 살인자,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2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죽음 담당이다. 죽음이 내 생업의 기반이다. 내 직업적인 명성의 기반도 죽음이다. 나는 장의사처럼 정확하고 열정적으로 죽음을 다룬다.

멋진 오프닝으로 시작하는 마이클 코넬리의 <시인>은 제목 그대로 독특한 살인마 시인(연쇄살인범을 FBI에서 지칭하는 말)이 등장하는 범죄소설입니다 엄청난 분량의 압박(28줄, 607페이지.)에도 페이지가 무척 잘 넘어갑니다. 마이클 코넬리도 할런 코벤가 함께 기억해 두어야 할 작가가 아닐까 싶네요. <시인>은 경찰관이었던 형의 의문의 자살 사건을 쫒는 '로키 마운틴 뉴스'의 살인사건 전문기자 잭의 이야기입니다. 연결고리가 전혀 보이지 않던 3년에 걸친 살인사건 담당 경찰관의 자살사건이 우연히 발견된 에드가 앨런 포의 시구로 인하여 활력을 뛰기 시작합니다. 이에 자살 사건을 연구하던 FBI 행동과학국도 참여를 하게 되면서 미친 사이코 '시인'을 쫒는 수사는 더 집요하고 광범위하게 이루어집니다.  


공간을 넘고, 시간을 넘어

죽음이 그 유독한 물결 속에 있었다.

그리고 그 심연에는 걸맞은 무덤이 있었다.

살인사건 담당 경찰관의 죽음은 자살일까? 타살일까? 경찰에서는 스트레스성 자살로 결론짓고 더 이상 수사를 하지 않습니다. 의심이 되는 흔적이 전혀 없거든요. 무엇보다 친필의 유서 발견은 이 사건을 더욱더 자살로 확정 짓습니다. <시인>은 그런 의문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추적하는 이야기입니다(프로파일러의 활약이 돋보이지는 않지만, FBI 행동과학국 요원들 개개인이 모두 뛰어난 실력가들인지라 이들의 추리를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사실 살인자의 내면을 파헤치는 것은 힘들죠. 왜 죽였을까? 이들을 이런 괴물로 만들어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그런 의문에 대한 해답은 없을 수도 있습니다("우리가 아는 것이라고는, 범인들 내면 어딘가에 이유가 숨어 있을 거라는 점뿐이야. 씨앗처럼." p.596).

<시인>은 캐릭터가 무척 돋보이는 소설입니다. 물론 스티븐 킹의 "나는 이 작품에서 '말을 하는 사람'을 스물여덟 명까지 세고는, 그 숫자를 끝까지 다 세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말처럼 등장인물이 무척 많습니다만, 전혀 헷갈리지가 않습니다. 그냥 마이클 코넬리의 이야기를 따라 가면 됩니다. 사실 중요 인물은 10여 명 정도 밖에 되지를 않습니다. 그런데 그 소설의 주인공들이 어딘가 결함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완벽한 FBI 행동과학국 요원들과 기자, 아동성애호자, 경찰들의 이면에 감추어진 본 모습, 때로는 나약하고 빈틈이 보이는 행동들. FBI 행동과학국 팀장과 요원들, 시인을 흉내 내는 연쇄살인마, 사건의 중심에 있는 기자 등 캐릭터가 살아 숨 쉬는 것 같더군요. 개인적으로 FBI 요원 중에서 브래실리라 도런, 브래들리 헤이즐턴이 가장 마음에 들더군요. 프로파일러인데, 복잡하게 보이는 사건을 정리도 잘 해 주고, 범인의 내면세계에 대한 나름대로의 추리도 설득력 있습니다. 이들의 활약이 별로 없는 게 조금 아쉽다면, 아쉽더군요.

그 눈에 특별히 뭐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있어야 할 것이 없기 때문에. 그 눈 뒤에 있는 것은 어둠뿐이었다.

그리고 범죄소설의 매력에서 빠질 수 없는 배신과 음모. 경찰과 기자, FBI가 등장하니 그들 집단 내에서의 음모와 배신도 기대를 갖게 만들죠. 그리고 FBI의 여자 요원과 사랑에 빠지는 기자와의 로맨스도 양념으로 곁들여져 즐겁습니다. 그리고 특이하고 독특한, 그러나 잔인한 범인의 살인방식(살인자의 치밀함에 치가 떨리더군요). 무엇보다 사냥꾼과 사냥감의 뒤집히는 역전관계가 재밌더군요. 나는 살인자를 쫒는 것인가? 아니면 살인자가 나를 쫒는 것인가? 그리고 에드가 앨런 포의 시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소설의 분위기. 소설 전반에 침울함이 짙게 깔려 있습니다. 아무래도 범인이 남긴 에드가 앨런 포의 시구 때문이지 않나 싶어요. 무엇보다 이 소설은 범인을 추리해서 잡아야 하는 추리소설입니다. 범인은 과연 누구일까요?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마세요(이 정도의 미스터리라면 괜찮지 않을까 싶어요). 아동성애호자들의 네트워크, FBI 행동과학국 수사 방식, 기자들의 세계, 경찰관 자살사건, 에드가 앨런 포, 살인사건 전문기자 잭의 추리, FBI 행동과학국 두뇌들의 치밀한 수사 등등 재미있는 요인들이 많습니다. <시인>은 마음속에 무언가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황량한 내면을 형상화 한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결국 사건은 해결되지만 씁쓸함은 사라지지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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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2011-07-16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시인 책 반쯤 읽어보고 한번 찾아보았습니다
잘보고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