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니시에이션 러브
이누이 구루미 지음, 서수지 옮김 / 북스피어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발칙하지만 풋풋한 연애소설

첫 경험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어떤 묘사냐고요? 구구절절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첫 사랑과의 첫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옛 추억을 떠올리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뭐 어쩔 수 없죠. 그냥 ‘이렇게 연애를 하고, 이렇게 첫 경험을 하는구나!’ 상상을 하세요)가 돋보이는 소설입니다. 연애경험(청소년관람가 수준의 연애경험은 제외)이 있으신 분들에게는 정말 사실적으로 다가오는 그런 연애소설이 아닐까 싶네요. 성에 대한 묘사가 참으로 귀여우면서(서툴고 돈 없으면 뭐 다 그렇습니다) 풋풋하고 노골적이네요. 이 소설은 연애소설로 읽히지만 빙점은 미스터리에 있지 않나 싶어요. 그러나 이 소설은 연애소설로 읽어도 무척 재미있습니다. 물론 진부할 수는 있지만요. 그런데 뭐 연애라는 것이 다 그렇지 않나요? 혈기왕성한 20대의 성관계를 배제한 청춘연애소설을 무척 싫어하는데(이상하게 이런 연애소설, 드라마, 영화가 많더군요. 키스만 합니다. 매일 키스만 해요. 이건 거짓이죠. 환상이고, 기만이죠), 이 소설은 그런 부분까지 사실적으로 묘사되어있네요. 그래서 마지막 세 줄의 의미가 아주 궁금하지는 않더군요. 연애소설로도 무척 재미있었거든요.

빈틈의 미학, 미스터리의 시작

이 부분은 사실 조심스러운데, (스포일러는 없으니 걱정마세요.) 이야기의 빈틈이 자주 보입니다. 물론 다 읽고 나서 해설을 보고서야 '확신'을 하게 되지만요. (따로 이야기를 하고 싶었으나 그냥 여기서 묶어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1980년대 후반의 일본문화에 정통한 분들에게는 미스터리소설로서의 매력은 별로 없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저는 무지합니다. 해설을 읽고서도 '그렇구나!' 정도의 인식. 그 당시 일본 드라마도 모르고, 당연히 유행가도 모릅니다(유명한 추리소설은 알겠더군요). 이 소설은 1980년대 후반의 일본문화를 '대충' 알고 계신 분들이 읽으면 무척 재미있지 않을까 싶네요. 긴가민가하는 정도. 집요하게 파고드는 오타쿠들에게는 '글쎄요.'네요. 다시 이야기의 빈틈으로 넘어가서, 소설을 읽으면서 눈치 챌 정도는 아니지만 뭔가 이상함을 느낍니다. 물론 그 이상함의 정체는 알 수가 없고요. 이 지점에서 연애소설이 아닌 새로운 미스터리소설이 시작됩니다. 다 읽고 나서 이 빈틈을 메우는 작업(?)이 무척 재미있습니다.

Initiation Love

통과의례. 아이가 어른이 되기 위한 의식. 이 소설에서 '사랑은 절대적이지 않다'는 말이 나옵니다. 첫사랑에서는 사실 이 절대적인 것과 책임의식 사이에서 무척 혼란스러움을 겪죠. 이 사이에서 배신 아닌 배신을 느끼기도 하고요. 사실 남녀관계에서 배신은 있을 수가 없죠. '배신'의 사전적 의미는 '믿음이라 의미를 저버림'이라는 뜻인데, 사랑이 믿음일 필요도 없고, 의무적으로 사랑(만남)을 지속시킬 이유도 없죠. 싫어지면 그냥 헤어지는 것이죠. 어른이 된다는 것은 절대란 말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 시기라는 것. 이니시에이션 러브(Initiation Love). 죽는 순간까지도 어쩌면 우리는 이니시에이션 러브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고통스럽고 절망적이고 괴롭겠지만 그런 통과의례를 거쳐야 더 아름답고 소중한 사랑(연애)을 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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