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마모에 - 혼이여 타올라라!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불타라 혼, 바람아 불어라

기리노 나쓰오의 새로운 모습이기도 하지만, 여성의 모습을 일관되게 탐구하는 주제 의식은 여전합니다. 우선 미스터리소설의 장르문학이 아닌 순문학풍의 소설입니다. 살인 사건도 없고, 인간 내면의 잔인함을 집요하게 파고들지도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조금 여유롭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한 여성의 문제를 잔인하게 파헤치기 보다는 포근하게 감싸 안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러니까 기존의 기리노 나쓰오의 작품을 기대한 분들에게는 무척 낯설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네요. 그러나 역시 기리노 나쓰오의 작품답게 여성의 문제를 탐구합니다. <리얼 월드>가 소녀버전, <아웃>이 중년 여성버전이었다면, 이번 작품 <다마모에>는 중노년의 여성버전이 아닐까 싶네요.

사실 내용은 새롭지 않습니다. 식상하다면 식상합니다. 우리나라 불륜드라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그런 이야기라고 할까요? 김혜자 씨 주연의 KBS의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가 생각나기도 하더군요. 남편과 자식들을 위해 젊은 날을 바친 어머니의 홀로서기, 그 과정에서 오는 고독과 두려움, 그리고 방황, 일탈 등등. 사실 심각한 사회문제이기는 하죠. 비단 중노년 여성뿐만 아니라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노인들이 설 자리가 점점 없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노인들을 위한 정부의 대책도 미비할 뿐 아니라 가족 내에서도 문제가 불거지고 있죠.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가 점점 변화하는 것 같아요. 또한 심각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혈연보다는 돈이 중시되고 있죠. 돈 없는 부모는 버림 받고, 부모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죠. 그런 자식이 부모들은 점점 부담스럽게 느껴지고, 암튼 앞으로 이런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도시코의 남편은 목욕을 하다가 심장마비로 급사를 하게 됩니다. 전업주부로 자식과 남편을 위해 살아온 도시코는 상실감과 혼자 남았다는 두려움으로 삶의 충격을 받습니다. 그런데 우연찮게 드러나는 죽은 남편의 비밀(불륜)을 알게 되면서 스스로도 통제할 수 없는 슬픔과 분노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남편을 원망하면서도 이제는 함께 웃을 수 없다는 슬픔과 절망. 때마침 들이닥친 아들부부와 딸은 집과 유산의 재산 분할을 놓고 어머니 도시코를 압박해 들어옵니다. 도시코의 삶은 엉망이 되어버립니다. 암튼 이런 이야기입니다. 미스터리소설이 아니라 장르적인 재미도 없고, 또한 자극적이거나 충격적인 이야기가 아닌 삼류 멜로드라마 같은 이야기라 다소 식상하기도 합니다. 남자의 외도와 불륜은 뭐 이제 가십거리조차 되지를 못하니까요.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기리노 나쓰오라는 작가가 썼습니다. 뭔가 자극적인 것을 살짝 기대했지만(이 작가는 여성의 삶을 굉장히 잔인하게 그리죠), 그러한 것은 없더군요. 그리고 이제는 절망보다 희망을 말하는 것 같기도 했고요. 그리고 남편의 죽음 이후 도시코가 홀로서는 과정을 무척 힘 있게 그리고 있습니다. 기리노 나쓰오의 변화라면 변화일까요? 암튼 조금 낯설기는 했습니다만 그래도 중노년 여성들을 위해 힘을 실어주는 그녀의 이야기는 (그녀의 전작과 비교했을 때) 묘한 감동과 여운을 줍니다. 다른 작가였으면 이런 느낌을 받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죠. 그러나 조금 심심하기는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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