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 - 제138회 나오키 상 수상작
사쿠라바 가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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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가족의 냄새. 비릿하고 눅눅한"

오랜만에 위험하고 아슬아슬하면서 아름답고 그러나 불편한 소설을 접했네요. 참으로 불편하지만 아름답습니다. 퇴폐와 타락의 아름다움을 이렇게 예술적(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으로 표현한 작품은 정말 오랜만이네요. 개인적으로 한강의 <몽고반점>(비록 단편소설이기는 하지만)과 비교해서 읽으면 더 재미있고 흥미롭지 않을까 싶네요. 그만큼 두 작품은 위험하고 아슬아슬하면서 퇴폐적인 아름다움이 물씬 풍깁니다. 아름답지만, 그래서 더욱더 절망스러운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처음에는 두 캐릭터(40대 초반의 양아버지 구라시노 준고와 20대 후반의 딸 하나)의 성적 일탈이 몹시 불편했습니다. '미친년 놈들이 정말로 미쳤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거든요. 딸과 아버지의 격정적이며 위험한 러브스토리, 도덕적으로 몹시 위험합니다. 그렇죠. 정말 위험하죠.

작가의 선택은 영리합니다. 바로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박하사탕>의 구조를 취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사건에 접근합니다. '누가?', '어떻게?'가 아닌 '왜?'에 초점을 맞추고 이야기가 진행이 되는지라 미스터리한 분위기도 물씬 풍깁니다. 왜 양아버지와 딸은 서로 공범 관계에서 이런 위험한 사랑을 하는 것일까? 이들 사이의 과거에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그런 과거를 향해 거슬러 올라가면서 그들의 위험한 사랑에 어느 정도는 공감하게 됩니다. 물론 그렇다고 완전히 공감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불편함은 남아 있습니다. 현재는 씁쓸한 행복, 과거는 절망적인 행복(그들의 만남부터는 절대 불행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어디를 펼쳐도 이런 아슬아슬한 행복이 보이는 것 같아요. 프랑소와 오종 감독의 <5x2>, 가스파르 노에 감독의 <돌이킬 수 없는> 등의 작품과 비교해서 읽어도 역시나 재미있을 것 같아요. 오프닝의 불행이 결말의 행복을 향해 거슬러 올라가는 장면은 묘한 고통을 주는 것 같아요. 엔딩의 행복이 결코 행복이 아니라는 것. 물론 이 작품은 그런 이야기 구조는 아닙니다. 초반부터 끝까지 행복과는 거리가 먼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무척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러나 역시 께름칙하게 남아있는 불편함은 어쩔 수 없네요. 중년 남성의 어린 미소녀 길들이는 장면이 몹시 불편합니다. 그들이 초반에 살던 동네 어르신이 하나에게 하는 말 "너는 아직 어리다." 어린 소녀는 스스로 그런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지만, 아직 미숙한 어린 소녀를 중년 남성이 성적으로 길들이는 장면은 역시나 쉽게 공감할 수가 없어요. 그에게 고통스런 과거가 있다고 해도 말이죠. 그런데 절망의 구렁텅이를 향해 살아도 죽은 존재처럼 한없이 빠져드는 그의 모습은 문학 작품 속에서는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족으로 사쿠라바 가즈키의 필력 괜찮네요. 중간 중간 가족에 대한 그(또는 그녀)의 생각에 대한 묘사는 정말 좋습니다. 물론 번역본이라 원본의 매력을 100% 느낄 수는 없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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