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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소울 1 ㅣ 블랙 캣(Black Cat) 6
가키네 료스케 지음 / 영림카디널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제57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제25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 제6회 오야부 하루히코상. 사실 상이 중요한 것은 아니죠. 그렇지만 (제게는)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암튼 추리소설이니까요. 사실 일본의 역사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 소설을 읽은 이유는 아무래도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작이라는 이유가 가장 크지 않았을까 싶네요. <와일드 소울>은 1960년대 초반의 일본의 브라질 이민정책을 과감하게 비판하는 내용의 소설입니다. 굳이 추리소설 중에서 하위 장르를 구분하자면 사회파 미스터리가 되겠네요. 본격 추리소설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많이 지루할 수도 있습니다. 일본의 이민정책의 희생자 에토, 야마모토, 케이, 마쓰오가 일본 정부를 상대로 복수하는 내용이거든요. 액션 서스펜스라면 몰라도 미스터리 한 느낌은 (개인적으로는) 별로 없었습니다.
복수의 대상이 일본 정부이기는 하지만, 좀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외무성 고위 관리직 및 허위사실을 유포한 브라질 이민정책의 관계자들(광고 제작자 등) 중 살아남은 소수의 인간들입니다. 어느 나라나 부끄러운 역사는 있는 것 같아요. 또한 가난하고 힘없는 국민들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과감하게 팔아버리는 인간들 역시 있고요. 브라질 이민정책의 실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경제난을 덜기 위한 자국민 포기정책입니다. 가난한 국민들은 자국의 경제 성장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 하에 브라질의 오지(사람이 전혀 살 수 없는 그런 곳, 밀림도 아주 지독한 밀림)로 버립니다. 그리고 그들을 버린 정부 관계자들은 잘 먹고 잘 살죠.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습니다. 국가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자기 위안으로 행복하게 살아가죠. 그러니까 '나는 잘못이 없다. 모두 국가를 위해서였다.'라는 썩은 사고방식으로 살아가는 정말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죠(소설 속에서 케이는 그들을 쓰레기라고 부릅니다).
암튼 나름대로 소설이 전달하는 주제는 머리 속에 잘 들어옵니다. 아무래도 복수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네요. 그리고 브라질 아마존 밀림에서의 지옥 같은 삶 - 초고속 경제성을 한 일본에서의 삶 - 복수를 끝내고 돌아온 평온한 아마존에서의 삶 등 주인공들이 시간과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삶에 대한 묘사도 나름대로 잔잔하면서 감동적이기도 합니다. 지옥 같은 브라질이 실제로 꿈의 낙원으로 변화거든요. 암튼 그럼에도 추리소설을 기대한 독자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운 부분도 많습니다. 우선 복수의 방법이 조금 식상합니다. N시스템을 이용한 도주 경로가 특히 그랬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추적하는 경찰들의 행동도 긴장감을 주기에는 조금 부족했고요. 미디어를 이용한 공개 범죄도 확 끌어당기는 그 무엇은 없네요. 암튼 이래저래 추리소설적인 재미나 기법 면에서는 다소 부족한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