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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흉기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히가시노 게이고. 동시대의 사회적 이슈를 그만큼 잘 다루는 작가도 없지 않을까 싶어요. <아름다운 흉기>는 올림픽 스타들의 약물 복용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소설에서도 잠깐 언급되지만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육상 남자 100m 달리기에서 캐나다의 벤 존슨(세계 신기록을 세웠었죠)이 도핑에 걸렸죠. 아마 그 당시에 이런 비슷한 사건들이 많이 있었던 것 같아요(어린 시절 기억에 의하면). 역시나 동시대 사회적 이슈에 민감한 히가시노 게이고가 바로 올림픽 스타들의 이런 도핑 문제를 <아름다운 흉기>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참으로 영악한 작가가 아닐까 싶어요. 사실 올림픽 스타가 등장하는 (미스터리나 스릴러 쪽으로) 일본소설은 이번 작품이 처음입니다. 게다가 미스터리가 아닌 서스펜스 쪽으로 접근한 소설도 처음으로 접했고요. 올림픽 스타가 등장하는 액션 서스펜스 스릴러 소설. 과연 긴장과 스릴을 독자들에게 어떻게 전해 줄 것인지, 몹시 궁금하더군요. 다시 말해서 조금 어렵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어요. 쫒고 쫒기는 자들의 추격. 이런 장면이 영화로서는 무척 볼만하지만 텍스트로서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죠.
<아름다운 흉기>는 쫒고 쫒기는 자들의 추격을 다룬 액션 서스펜스 스릴러 소설입니다. 서스펜스 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긴장과 스릴이죠. 그렇다면 이 소설은? 다소 긴장감과 스릴은 부족하더군요. 사실 히가시노 게이고는 감동 미스터리에 재능이 많은 작가인데 액션 서스펜스에서는 다소 힘들어 보이더군요. 물론 그렇다고 이 작품이 전혀 히가시노 게이고 외적인 작품은 절대 아닙니다. 우선 스포츠 과학(약물복용, 인간 개조)라는 전문 분야가 등장하고, 괴물 같은 한 여자의 슬픈 복수가 기본적인 테마로 등장합니다. 그리고 (아쉽기는 하지만) 감동적인 여운도 있고요(인간성을 포기하고 최고가 되기 위해 그 모든 것을 버려야 했던 인간들의 말로. 그러나 아쉽게도 그 감동은 한순간입니다. 이 부분을 좀더 집요하게 다루었으면 좋았을 텐데 무척 아쉽더군요. 그렇다고 서스펜스가 극대화 된 소설도 아닌데 이래저래 아쉬운 부분이 많은 작품이었습니다). 그리고 미스터리소설은 아니지만 마지막의 반전도 있고요(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어서 자세히는 말하지 못하겠고, 암튼 히가시노 게이고는 여성을 참 잔인하게 다루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다시 언급하자면 이 소설은 확실히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입니다. 그의 소설의 특징이 모두 들어가 있거든요. 단, 미스터리보다는 서스펜스에 중점을 두어서인지 다소 싱거운 느낌은 있습니다.
세계 최고(성공, 부, 명예)가 되기 위해 자아와 본성마저 버리고 괴물이 되어가는 인간들의 모습은 종종 언론을 통해서도 만나게 되는 것 같아요. 괴물이 되어서까지 무언가를 이루고 싶은 것은 인간의 뒤틀린 욕망이겠죠? 그러한 욕망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괴물이 되는 인간들. 과연 그러한 괴물의 이면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성취감과 만족감, 행복이 계속 그 자리에 있을지. 마지막의 타란툴라의 절규(?)는 그런 면에서 무척 씁쓸했습니다. 요즘도 도핑이 문제시 되고 있기는 하지만 예전만큼은 아니죠. 유효 기간이 지난 소재라 (다른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처럼 너무 늦게 국내에 소개가 된 것 같아요) 신선한 맛은 조금 없지만, 괴물 같은 한 여성의 복수에 초점을 맞추고 읽으면 나름대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작가의 브랜드를 인지하면서 작품을 읽는 것은 확실히 어려운 것 같아요. 가끔 걸작도 쓰는 작가이기는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는 엔터테인먼트 작가이죠. 오락소설로는 괜찮습니다. 단, 이 소설은 미스터리소설이 아닌 서스펜스 스릴러소설입니다. 감안하고 읽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