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흙 혹은 먹이
마이조 오타로 지음, 조은경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인간은 죽으면 어차피 연기나 흙, 혹은 먹이죠."

"무슨 의미?"

"불에 타서 연기가 되거나, 매장되어 흙이 되거나, 자칫하면 동물에게 먹혀버리는 겁니다."

제19회 메피스토 상 수상작품. 마이조 오타로의 데뷔작 <연기, 흙 혹은 먹이>을 포함해서 메피스토 상 수상작을 네 작품 읽었는데, 메피스토 상은 정말 모르겠네요. 조금 어수선하고, 어지럽기도 하고, 아동틱한 면도 있는 것 같고, 잔인하며, 때로는 참신하기도 한데, 읽고 나면 그냥 "멍~"한 느낌입니다. 암튼 메피스토 상 수상작(지금까지 읽은 것 중에서는) 이 작품이 가장 어지럽네요. 물론 스토리가 복잡하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뭐랄까, 읽고 나서 답답하다고 할까요? 사실 <아수라 걸>도 무척 어지러웠는데, 나름대로 재미는 있어서 이번 작품에도 도전을 했는데, 역시나 모르겠네요.

센디에이고의 구명외과 나츠카와 시로가 어머니가 '연쇄 주부 구타 생매장' 사건에 피해자라는 소식을 듣고 일본으로 돌아와 범인을 추적하는 이야기가 기본 스토리이고, 나츠카와 집안(특히 아버지 '마루오'와 형 '지로')의 폭력의 반복과 확산, 그리고 상처에 대한 이야기가 범인을 추적하는 이야기 중간 중간에 묘사됩니다. 자식을 때려야만 하는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에게 대들고 맞아야만 하는 자식, 그리고 그들의 폭력을 방관하는 가족들. 아버지가 자식을 욕하고 때리며, 자식은 아버지를 죽이겠다고 협박(?)을 합니다. 그리고 형제간의 상하관계는 없고, 부자간의 복종관계만 있는 이상한 집안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몹시 불편합니다. 폭력의 순환은 뭐 끝이 없으니까요. 서로 간의 어긋남이 결국 폭력을 불러일으키는데, 해답은 없네요. 물론 해답은 스스로 찾아야 하겠지만, 마이조 오타로의 <연기, 흙 혹은 먹이>에서의 가족 간의 화해 방법은 무척 무시무시하네요. 고리타분하게 설교하는 방식보다는 그래도 이런 과격한 방식이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암튼 나츠카와 집안은 대단합니다. 아, 물론 나츠카와 집안에 얽힌 미스터리한 사건도 살짝 던져줌으로써 지긋지긋한 폭력으로부터 잠깐 숨 돌릴 틈을 주기는 합니다. 바로 할아버지의 자살 사건과 형 '지로'의 삼각 창고(창고의 모양이 삼각형입니다. 참고로 밀실입니다)로부터의 탈출입니다. 힌트는 제가 설명한 부분에 다 있네요. 물론 단순한 트릭이기는 하지만요, 재미있습니다.

아,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 소설은 나츠카와 시로가 어머니를 폭행하여 의식불명 상태로 만든 '연쇄 주부 구타 생매장' 사건의 범인을 추적하는 사건입니다. 연쇄 살인 사건의 피해자들에게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연결고리를 바탕으로 추적을 합니다. 사실 이 부분은 조금 어려웠습니다(범인에 대한 힌트를 전혀 모르거든요. 일본어나 점자, 심지어는 ‘도라에몽’까지). 이 부분은 사실 그냥 넘어갔습니다. 사실 중요하다면 중요한 부분인데 모르고 넘어가도 크게 상관은 없습니다. 그냥 '그렇구나!' 알고만 있으면 그만. 마지막에 주인공 시로가 범인을 잡기는 잡는데, '끝내준다'라는 생각은 들지 않더군요. 하도 나츠카와 집안의 폭력에 시달려서요. 여기서 진을 다 빼서 나중에 범인이 잡혀도 쾌감은 별로 느껴지지 않더군요. 암튼 힘들었습니다. 그나저나 마이조 오타로 참 재미있는 작가 같아요. sin과 cos이라는 수학공식을 보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네요. 여기서 재미있다는 것은 굳이 이 소설에서 ‘sin과 cos이라는 수학공식을 꼭 넣을 필요가 있었냐?’ 하는 것입니다. 그냥 그 소용돌이 그래프만 보여주어도 될 것을(약간의 설명을 곁들어서), 오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암튼 요런 세세한 부분에서 조금은 작가의 오버하는 모습이 보이더군요. 재기발랄한 것일까요? 암튼 재미있는 작가입니다. 그러나 소설은 재미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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