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더 강력해진 귀신들의 사악함, 무풍면을 습격하다

귀신전 2
이종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8월

평범한 인간의 마음속에 숨어 있는 악의에 의해 저승에서부터 이승으로 넘어 온 귀신들. 저승과 이승의 경계가 불분명하듯이 인간과 귀신의 경계도 흐릿합니다. 누가 귀신이고, 누가 인간인지? 퇴마사들을 도와주는 착한 귀신이 있는 반면, 콤플렉스로 인해 귀신의 도움으로 인간을 해하려는 인간들도 있습니다. 특히 퇴마사(특히 수정)들의 친구(?) 숙희의 악의는 누구나 인간이라면 마음속에 품고 있는 본성이라 짜증이 나면서도 묘하게 공감하게 되더군요. 그래서 미워할 수도 없고요. 개인적으로는 숙희라는 아가씨의 악의가 좀 더 집요하고 공포스럽게 묘사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는데, 아직까지는 선한 인간으로서의 본성이 남아 있는지 때로는 도움도 주고 그러네요. 개인적으로 <귀신전 2>에서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였습니다. 시기와 미움, 질투가 강한 여성이라 언젠가는 폭발할 것을 알기에 읽는 내내 조마조마했습니다. 귀신을 다룬 이야기이지만 오히려 인간들의 무서움과 사악함이 더 돋보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1편에서의 '귀사리'에 이어 2편에서는 '무풍면'이라는 곳까지 중음(저승과 이승의 중간)의 영역이 확대됩니다. 그리고 그들 귀신은 전편보다 더욱 강해지고요. 바로 사령자(死靈者). 죽은 영혼이 살아 있는 육체를 차지하여 산자도 아니고 죽은 자도 아닌 걸어 다니는 시체처럼 온 동네를 귀신의 소굴로 만드는데, 대대적인 귀신과 퇴마사들의 싸움이 시작됩니다. 자식이 어미를 잡아먹고, 형이 동생을 잡아먹는 아수라장, 무간지옥이 따로 없죠. 사실 귀신과 퇴마사의 액션 부분은 조금 긴장감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시작하는 순간 끝나버리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새벽이 오면서 사령자와 악령들이 사라져 버리거든요. 작가는 액션보다는 공포를 묘사하는데 있어서 확실히 재능이 있는 것 같아요. 따라서 제게는 '사령자(死靈者)' 보다는 '액귀(縊鬼)'라는 이야기가 더 재미있었습니다. 목을 매달아 죽은 귀신이 똑같은 행위를 반복하고, 인간들을 불러 들여 목을 매고 자살하도록 조종을 하는데, 그 목매달아 죽은 귀신이 거주하는 어두컴컴한 2층 집의 묘사, 그리고 이불 속에 숨어서 흐릿한 눈으로 쳐다보는 주인아주머니, 그리고 행복한 신혼부부에게 다가온 끔찍한 악몽. 액귀(縊鬼)라는 이야기는 정말 재미있더군요. 아이러니하게도 귀신과 퇴마사들의 사투를 다룬 이야기인데, 퇴마사들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귀신이 인간들을 괴롭히는 이런 이야기가 더 재밌더군요.

그렇다면 퇴마사들은 귀신 잡지 않고 뭐를 했냐? 퇴마사들도 인간인지라 나름대로의 고민과 갈등을 갖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소개팅을 해야 하고, 이혼은 했지만 아이들과 만나서 재미있게 놀아야 하고, 갑자기 연락해 온 헤어진 여자 친구도 만나야 합니다. 나름대로 사연과 상처를 가진 인간들. 귀신들의 이야기가 공포의 중점을 두었다면 퇴마사들의 이야기는 휴머니즘과 사랑, 웃음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특히나 수정이라는 젊은 작가와 선일이라는 퇴마사가 티격태격 하는 장면은 정말 웃기더군요. 그리고 수정을 짝사랑하는 젊은 법사 용만, 카페 '레테의 강'의 주인 찬일을 좋아하는 숙희, 그리고 누구도 사랑할 수 없는 어린 시절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찬일, 귀신을 보는 것 때문에 아내와 이혼하고 오직 돈만을 위해 살아가는 법사 선일까지 퇴마를 위해 모인 인간들의 다양한 삶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귀신에게 고통을 당하는 인간의 이야기와 퇴마사들의 귀신을 퇴치하는 이야기가 조화를 이루고 있어 긴장감도 느껴지면서 지루하지도 않게 잘 읽히는 것 같아요. 암튼 1편에 비해 좀 더 강력해진 귀신들, 그리고 점점 흥미로워지는 6명의 퇴마사들의 관계, 마지막 3편의 결말이 몹시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