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더블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6-4 리졸리 & 아일스 시리즈 4
테스 게리첸 지음, 박아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법의관 마우라 & 형사 리졸리'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 <외과의사>, <견습의사>, <파견의사>에 이은 <바디더블>의 공통적인 특징은 (당연하게도) 희생자가 여자입니다. 그리고 사건 해결의 중심인물도 역시 여자이고요. 마지막으로 길거리에서 마주치기 싫을 만큼 끔찍한 사이코가 등장합니다. <외과의사>에서는 별명이 '외과의사'인 사이코가 등장하여 여자들의 자궁을 도려냅니다. 사실 가슴에 확 와 닿지는 않았습니다. 자궁을 도려낸다는 것이 쉽게 상상이 되지 않았고, 그 고통의 무게 역시 짐작이 되지 않으니까요. 이번 <바디더블>에 등장하는 사이코는 <외과의사>의 '외과의사'보다 더 잔인하고 과감하며 인간 이하의 (소설 속의 묘사처럼 정말 '괴물' 같은) 행동을 보여줍니다.

<바디더블>은 혹시 모성애를 말하고자 하는 소설일까? 유능한 여형사 리졸리는 임신을 한 상태입니다. (뭐 그럼에도 열심히 사건 현장을 방문합니다.) 그리고 땅 속 상자 속에 생매장 당한 여자도 임신한 상태이고요. 가끔 그런 뉴스를 볼 때가 있어요. 기적이라고 할까요? 엄청난 모성이 극한 상황에서 자식을 살려내는 그런 기사 말이죠. 이 소설에서도 그런 기적 같은,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집니다. 물론 그 대단한 힘은 모성애와 관련이 있을 수도 있고요. 암튼 그래서 사실 조금 불편하기는 했습니다. 모성애를 내세워서 감동을 주려는 것인가? 아닙니다. 이런 모성애를 뛰어 넘는 악한 인간이 등장합니다. 괴물이라 불리는 정말 악한 여자(어머니)가 등장합니다. 워낙 여기 저기 임신한 여자들이 많이 나와서 (죽기도 많이 죽습니다만) 모성애를 다룬 추리소설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런 소설은 아닙니다. 어머니는 위대하지만 그만큼 사악할 수도 있죠. 모성뿐만 아니라 혈연 자체도 이제는 의심스럽지 않나 생각합니다. 결코 안전한 곳은 이제 없다는 것이죠. 과연 누구를 믿을 수 있을까요? 이 소설은 그런 믿음에 대한 배신이기도 합니다. 결코 믿지 마세요.

테스 게리첸는 여성 작가입니다. '법의관 마우라 & 형사 리졸리' 시리즈를 한 권이라도 읽으신 분들은 소설 속에서 여성들이 얼마나 고통을 받는지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여성과 관련이 있는 자궁, 임신, 태아 등등. 여성에게 소중하면서도 은밀하게 감추고 싶은 그런 부분을 살인자(사이코)는 희열을 느끼고 잔인하게 유린합니다. 사실 여성 입장에서는 몹시 불편한 소설이지 않을까 싶어요. 의사 출신의 여성 작가 테스 게리첸이 그리는 내용은 무척 섬뜩합니다. 상상이 아닌 현실이고, 그 묘사가 무척 사실적이기 때문이죠. 왜 이렇게 작가는 여성들을 괴롭히는 것일까요? 소설적인 재미를 조금은 가미를 했지만, 결코 소설 속의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것. 현실에서도 여성범죄는 비일비재하다는 것, 그리고 그만큼 잔인하다는 것. 작가는 독자들에게 계속 상기시켜주고 싶은 게 아닐까요? 그리고 그 고난 속에서도 여성들은 멋지게 사건을 해결합니다. '살아남은 건 시작에 불과할지 모르지만'(소설 속의 형사 리졸리가 이런 말을 하죠) 상처는 계속 가지고 있어야 하지만, 그래도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냈다는 것은 무척 중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왜 제목이 <바디더블>일까요? 대부분 알고 있는 것은 '쌍둥이 자매'라는 것. 자기 자신도 모르는 자기 자신과 똑같이 생긴 여자가 자기 집 앞에서 총에 맞고 죽었다는 사실. <외과의사>에서는 리졸리가 엄청 고생을 하더니 <바디더블>에서는 미우라가 엄청 고생을 하네요. 미우라와 리졸리는 이 이상한 사건을 추적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마주치는 진실은 (특히 미우라에게는) 쌍둥이 자매의 죽음을 뛰어넘는 엄청난 충격입니다. 가족과 모성, 외면할 수도 없고 다가서기도 힘든 진실, 그리고 '인간은 과연 어디까지 사악해질 수 있을까?' 시험대에 올라선 느낌. 진실과 대면할 용기가 있다면 과감하게 선택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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