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긋나긋 워킹
최재완 지음 / 바우하우스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한 녀석은 그게 무서워서 다른 친구들이 계속 위로 위로 올라갈 때도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가 울어버렸다. 언제 타면 되는 걸까? 언제 올라타면 안전한 걸까? 지금 타야 하는 건가? 앞에 서서 보고만 있다가는 위로 올라갈 수가 없다."

급 만남이 아닌 진지한 만남, 아니 진지할 것까지도 없고 그냥 가볍게 만나는 정도도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힘들어진다. 그러고 보면 예전 사람들의 연애 방식이 ‘만나서 살기에는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선 몇 번 보고 그냥 결혼해서 지지고 볶고 사는 것. 죽네, 사네 싸워도 정인지 개뿔인지 그래도 살아가더라. 이런 선보고 결혼하는 문화가 사라진 요즘(물론 있는 집안 자식들은 혈통을 중시해서 이런 식의 결혼을 하겠지만, 일반 평민은 그냥 알아서 찾고, 만나서 결혼을 해야 하는 무척 연애하고 결혼하기 힘든 요즘) 만남의 자리를 갖기는 정말 어렵다. 가끔 들어오는 소개팅. 예전 지 성깔대로 꼴리는 대로 소개팅 자리에서 처신하면 100% 깨진다. 그것도 피 끓는 20대가 아니라 30대라면. 조건도 중요시 하고, 그 사람의 됨됨이, 성격, 재산, 뭐 조건도 무척 많다. 아니다 싶으면 그냥 돌아선다. 냉정하게. 서로 아쉬울 것이 없다.

암튼 <나긋나긋 워킹>은 34살의 남욱과 30살의 해진의 소개팅 이야기다. 사연 있는 여자는 No, 담배 피우는 여자는 No, 찌질하게 옛사랑 얘기하는 여자는 No, 첫날부터 목구멍 속으로 술 퍼다 붓는 여자 No……. 소개팅만큼 확실하면서도 어려운 것이 없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소개팅을 통해서 서로 만나기까지의 무수한 if들……. 그 가능성들이 모여서 한 번을 만나는 자리, 소개팅. 잘 해야지 하면서도 잘 되지 않는 것. 그래도 요즘에는 이런 소개팅으로 만나서 결혼도 하고 그러는 것 같다. 워낙 남녀가 만날 수 있는 자리가 없다 보니. 이 소설 가볍다. 때로는 웃기다. 조금은 서글프기도 하다. 그리고 소설적인 우연도 있다. 물론 현실에서도 이런 우연을 기대할 수는 있겠지만. 공감 100%는 모르겠다. 소설 속 남녀 주인공의 라이프스타일이 나와 조금 다르다. 그건 뭐 내가 평균 이하의 인간이기 때문에 그렇지만. 연애다운 연애를 해 본적도 없고, 할 노력조차 귀찮은 나에게 소설 속 남녀 주인공의 무한한 노력은 달나라 이야기 같기도 하다. 역시 나는 평균 이하의 인간이었어. 그러니 이 모양, 이 꼴로 살고 있지. 갑자기 서글퍼지네.

가벼운 연애 이야기를 읽고 싶으신 분들이나 연애 경험이 전무해서 대리 만족을 얻고 싶으신 분들에게는 살짝 추천을 하나 그렇지 않은 분들에게는 다소 밋밋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접할 수 있는 연애 이야기의 그 이상은 아니라는 것. 남녀 연애 이야기가 뭐 거기서 거기지만. 만나고 헤어지고, 만나고 헤어지고. 그냥 2시간 동안 가볍게 웃고 즐기실 분들만 읽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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