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크림 러브 -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가’ 나가시마 유 첫 장편소설
나가시마 유 지음, 김난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여행을 떠나면 정말 기분이 좋죠? 여행을 떠나서의 생활 뿐만 아니라 계획을 하는 것도 무척 즐겁고요. 그러나 여행을 갔다 오면 기분이 이상해집니다. 좋으면서도 조금 아쉽고, 그러면서 허망함도 조금 느껴지고요. 암튼 이상야릇한 느낌이에요. 슈크림 빵이 여행과 같지 않을까 싶어요. 먹을 때는 참 맛있는데, 먹고 나면 왠지 모를 아쉬움. <슈크림 러브>는 그런 달콤함과 허망함이라는 이상야릇한 느낌의 충돌을 다루고 있습니다. 결혼을 하고 이혼을 한 남자 '시치로'와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무수히 많은 여자들과 무감정의 섹스를 즐기는 사업가 '츠다'. 무감정의 섹스라고는 하기 힘들지만, 암튼 여러 여자들과 만나서 섹스를 하고 헤어지고, 그러면서 결혼식장에서는 "결혼은 다름 아닌 문화입니다."라는 축사를 건넵니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결혼(가정)이라는 문화에 대한 남자들의 마음을 살짝 엿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혼인 제게는 나름대로 유용한 소설이었습니다.

이 소설은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두 남자의 사랑과 결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거창한 사건, 당연히 없습니다. 담담한 일상을 정말 담담하게 묘사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현재와 과거의 시간이 교차되고, 그 시기의 '시치로'와 '츠다'가 만나서 겪었던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현재, 91년, 92년, 2년 전 크리스마스, 작년, 2년 전 등 '시치로'와 '츠다'라는 두 남자의 과거와 현재를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시치로'는 왜 이혼을 했는가?, '츠다'는 왜 결혼을 하지 않고, 욕구 해소용 여자들을 만나 섹스를 하고 헤어지는가?, 그들이 처음 만난 계기는?, 이혼한 아내와의 현재 생활은? 암튼 이런 궁금증들이 해소되고, 그들의 사랑이나 연애, 결혼 등에 대한 어떤 가치관을 살짝 공유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감정들이 정말 무덤덤해요. 제목은 <슈크림 러브>인데 저는 조금 잔인함을 느꼈습니다. 결혼에 대한 무서움도 살짝 있지만, 무엇보다 살아간다는 것의 어떤 의미를 찾는 것이 저는 무척 어렵거든요. 그러한 제 안에 숨겨져 있던 묘한 감정들이 불쑥 튀어날 올 때마다 무서웠습니다. 밝은 느낌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상하게 저는 두 남자의 일상의 모습이 어둡게 보이더군요. 사랑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요. 사랑해서 연애를 하고, 결혼을 했는데, 사랑하지 않아서 이혼을 하고, 결혼을 하고 싶지만 결혼을 하지는 못하는 사람들, 무척 현실적인 고민의 내용이고, 또한 그만큼 어려운 문제 같기도 해요. 사족으로 물기를 싹 뺀 무척 건조한 듯한 나가시마 유의 문체가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더군요. 책은 읽지 않고 드라마만 봤는데, <연애시대>의 느낌과 무척 비슷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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