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는 언제까지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
가와카미 겐이치 지음, 한희선 옮김 / 비채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비틀즈의 명곡 'Please Please Me'보다 조금은 어설프고 촌스러운 '부디 부디 나'나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소설. 소설을 읽으면 비틀즈의 'Please Please Me'가 듣고 싶은 소설. 가만히 있지 못하고 춤이라도 춰야 할 것 같은 소설. 화가 나고, 슬프다가 설레고, 가슴 따뜻해지는 청춘 성장소설, <날개는 언제까지나> 바로 그렇습니다. 아저씨는 이 소설을 읽고, 슬프다가, 설렜고, 가슴이 따뜻해졌습니다.

<날개는 언제까지나>는 가와카미 겐이치의 역작(力作)입니다. 자율신경실조증과 간 이상이라는 병으로 창작 활동을 접어야 했던, 그래서 금전적 어려움을 겪고, 힘든 상황에서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멋지게 재기에 성공한 작품입니다. 암튼 작가의 노고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네요. 10년이라는 세월은 결코 짧지가 않잖아요. 암튼 이 작품은 굉장히 멋진 작품입니다.

첫 장을 넘깁니다. 중학교 2학년 소년들의 유치찬란한 대화들. "아기가 어떻게 태어나는지 알아?" 들려오는 대답들 "결혼을 하면 그냥 태어나잖아" 아니 요즘 중딩들이 얼마나 이른 시기에 성교육을 하는데 얘네들 정말 중학생 맞아? 알고 보니 요즘 시기가 배경이 아닌 존 F.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당하고, 비틀즈의 1집 <Please Please Me>가 히트를 한 1963-1964년입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일본의 교육위원회에서 비틀즈 노래를 부르는 것을 금지하는 것입니다. 금지곡이라는 소리죠. 암튼 재미있습니다. 작가의 현재 나이와 소설 속에 등장하는 남자주인공(가미야마)의 나이, 야구부에서 활동했던 경험 등 얼핏 보면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무척 세밀합니다.

누구에게나 학창시절은 있죠. 그리고 누구에게나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운 선생도 있고요. 그리고 그 시절에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하죠. 그러면서 어른들의 명령과 복종은 싫어하죠. 가미야마는 그런 어른들(특히 선생님)의 복종과 명령을 무척 싫어합니다.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재혼을 하려고 합니다. 야구부 감독은 자기의 기준에 맞춰 명령과 복종을 강요하고, 교감과 교장은 학교의 이익을 위해 학생들을 이용합니다. 그에게는 오직 비틀즈의 '부디 부디 나'만 있을 뿐. 트랜지스터라디오의 미군 방송에서 들려오는 이 노래를 듣고 탄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피부가 오그라들어 땅기는 느낌, 그리고 팔에 소름이 돋았다(뒷부분은 본문 참고). 촌구석 프레슬리는 학급의 영웅 비틀즈로 거듭니다. 도대체 어떤 노래이기에, 중학교 2학년 학생의 팔에 소름이 돋았을까요? 가미야마가 자체 해석한 노래를 들어 보죠.

"어른들을 흉내 낼 필요는 따위 없어! 우리의 방식으로 하자! 나는 어느 누구도 아니야, 나 자신이야. 자기를 믿어! 가식을 버리자. 있는 그대로의 나라서 뭐가 안 되는 거지? 조금만 용기를 내어 봐. 생각대로 해 보자.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 너는 네가 좋아하는 것을 하라고!"

실제 노래 가사와는 의미가 많이 다르죠. 그래도 더 멋있지 않나요? 가사가 뭐 그렇게 중요한가요? 자신들의 맞는 노래 가사를 붙여 신나게 부르면 되는 거죠. 이 소설은 시종일관 비틀즈의 노래가 나옵니다. 야구부 시합을 앞두고 엄청난 사건이 벌어집니다. 교사의 학생 폭행? 그리고 야구부의 분열. 가미야마는 말하죠. "나는 그냥 야구가 하고 싶다고요" 선생과 교감(교장)의 욕심으로 학생들의 꿈과 희망은 물거품이 되어버립니다. 그럴 때 비틀즈의 노래를 들어 보세요. 트위스트 춤이 아닌 그냥 마구 몸을 흔드세요.

어른이 되기는 쉽지가 않죠. 나이를 쳐 먹는다고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죠? 어른이 되기 싫다면? 그렇다고 아이처럼 행동한다고 어른이 안 되는 것도 또한 아니죠. 반대로 아이들도 그렇죠. 이 소설은 청춘 성장소설입니다. 비틀즈의 음악이 있고, 친구들의 우정과 사랑이 있고, 마지막으로 화해가 있습니다. 어른을 언제까지나 증오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배신한 친구를 언제까지나 증오할 수도 없죠. 먼저 다가가는 것, 그리고 받아들이는 것. 오히려 이 소설은 어른들을 위한 소설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어른들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도 많더군요. 선생님을 용서하고, 아버지를 용서하고, 친구를 용서하고, 그리고 마지막에는 화해. 그런데 요즘에도 이런 화해가 가능할까 싶은 회의감이 들기도 했어요. 점점 순수함이 사라지는 것 같아서요. 어른들도, 아이들도요. 그래서 이 소설은 정말 이제는 어른이 되어버린 그런 어른들을 위한 추억의 한 페이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너무 부정적인가요? 암튼 이 소설 울고, 웃기고, 화나게도 했다가, 설레게도 했다가 사람의 감정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더군요. 책장을 덮는 순간 흐뭇한 미소가 살포시 그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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