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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Che, 회상 - 체 게바라의 부인이자 혁명동지 알레이다 마치 회고록
일레이다 마치 지음, 박채연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에레네스토 체 게바라. 헐리우드 유명 배우, 그리고 어느 나라 대통령보다 유명한 인물이 바로 체 게바라가 아닐까 싶어요. 전 세계적인 유행을 선도한 인물이기도 하니까요. 한 때 우리나라에서도 체 게바라 관련 도서가 소개되고, 체 게바라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돌아다니는 젊은 사람들도 많이 있었으니까요. 미국의 시사 주간지 <타임>이 조사한 20세기를 움직이는 100인에도 뽑힐 정도이니 두 말하면 잔소리죠. 그런데 부끄럽게도 체 게바라라는 인물에 대해 전혀 알지를 못했습니다. 잘생긴 혁명가, 반항적인 이미지, 젊은 나이의 안타까운 죽음,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인가? 마치 영화배우 제임스 딘처럼. 음악, 책, 스타벅스, 맥주 등 (특히 스타벅스) 체 게바라가 일생을 바쳐 거부했던 제국주의의 산물들이 자본주의라는 이름으로 소비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은 무척 아이러니합니다. 그리고 열심히 체 게바라를 외쳤던 사람들이 과연 체 게바라를 얼마나 알고 이해하고 있을까? 본질은 놓친 채 허영만 쫒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체 게바라 사후 40년. 과연 세계는 그가 바라던 대로 (희망하던) 변했을까요? 21세기에 들어서 제국주의의 침략과 탄압은 더욱 심해졌죠. 우리나라도 소고기와 의료보험 민영화로 어수선한데, 다른 의미(폭력이 아닌)에서의 제국주의의 침략은 끊이지 않고 있죠. 혁명이 사라진 나라, 우리나라.
그 유명한 빨간책 <체 게바라 평전>을 아직까지 읽어 보지를 못했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그가 아르헨티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의학을 공부하다 남미 여행을 통해 눈을 뜨고 정치에 입문하다 안타깝게 죽은 정말 두 줄로 요약되는 간략한 그의 삶을 대충 알고만 있을 뿐 그에 대해 아는 것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체 게바라 평전>을 읽으면 될 것 아니냐? 물론 그렇죠. 그런데 사실 평전이 어렵잖아요(사회주의, 마르크스, 혁명, 게릴라, 정치 등 쉽게 받아들일 만한 이야기는 아니죠). 그런 의미에서 체 게바라의 두 번째 아내 알레이다 마치가 쓴 이번 회고록에는 좀 더 쉽게 체 게바라는 인물에 대해 다가갈 수 있는 입문서로 무척 유용한 책이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반제국주의의 투쟁에 몸을 던진 혁명가 체 게바라의 모습도 다루고 있어서 다소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혁명가로서의 체 게바라의 모습보다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인간으로서 체 게바라의 모습이 많이 그려져 있어 좀 더 체 게바라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도 나와 다름이 없는 평범한 인간이구나!(물론 그는 대단한 인물입니다. 정치, 경제, 군사, 의학, 사회주의, 예술 모든 분야에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죠. 게다가 젊은 나이에 중앙은행 총재, 산업장관으로 임명되어 활동한 것으로 보아 전선에서 전략, 전술이 뛰어난 사령관의 모습뿐만 아니라 정치가, 경제인으로서의 역할도 훌륭히 소화해 냅니다. 그리고 모자, 시가, 수염, 외모 등 완벽하죠. 좀 더 자랑하자면 아내에게도 무척 자상합니다. 그런 자상한 남편 요즘에도 보기 힘든데. 물론 알레이다 마치의 회고록이라 다소 주관적인 입장에서 쓰여진 글이겠죠? 고로 객관적이지 않느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그 많은 사람들이 체 게바라에게 열광하는 것을 보면 무조건 거짓이라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 회고록에는 그 동안 사람들이 체 게바라에 대해 오해하고 있던 진실도 다소 해명하고 있습니다. 카스트로와의 불화 등) 무엇보다 사진과 편지, 시, 엽서 등 직접 체 게바라(와 알레이다 마치)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요소들이 회고록 중간 중간에 삽입되어 있어 좀 더 가깝게 그에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노골적으로 말하면 솔직히 글만 있는 회고록은 조금 지루하잖아요? 그리고 정말일까? 의심도 생기고요. 회고록의 보충 설명으로 이런 자료들의 활용은 객관성도 다소 높여줄 뿐 아니라 흥미 부분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알레이다 마치가 회고하는 체 게바라와 그의 가족, 동료들에 대한 개인적인 잡담을 늘여 놓자면, 우선 그는 멋있는 인간입니다. 쿠바 혁명 성공 이후, 안정적인 자리(중앙은행 총재와 산업장관)에도 불구하고 제3세계의 혁명을 위해 아내와 아이들을 두고 떠나죠. 정말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그리고 로맨티스트입니다. 아내에게 쓴 편지를 보니 조금은 낯간지러운 표현도 보이더군요. 늙은 라몬으로 변장한 체 게바라의 모습은 정말 무슨 첩보영화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정말 모르겠더군요. 그리고 체 게바라의 아내로 소개되는 알레이다 마치라는 인간도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역시 부부는 일심동체? 암튼 그녀의 삶도 무척 파란만장하고, 흥미진진하더군요. 여성으로서, 혁명가로서, 남편이자 아내로서 정말 체 게바라의 뒤지지 않는 삶에 대한 열정을 보여준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체 게바라 평전>이 조금 어렵다고 생각하시는 분이나 체 게바라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고 싶으신 분들에게는 추천을 해 봅니다. 흥미 위주의 오락소설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지루할 수도 있는데, 체 게바라라는 인물에 대해 쉽고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입문서로는 훌륭한 안내서가 아닐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