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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소소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히가시노 게이고의 블랙유머소설. 웃기기는 웃긴데 쓴 웃음입니다. 읽는 내내 이모티콘으로 'ㅋㅋㅋ'스러운 비웃음과 실소가 흘러나오더군요. 총 12개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습니다. 기발한 상상력과 허를 찌르는 반전(마지막 한 문장), 웃음 뒤의 묘한 씁쓸함까지, 기존의 히가시노 게이고의 감성적 미스터리소설과는 많이 다르네요. 독소소설이라는 제목처럼 여기에 실린 이야기들은 '독'이 있습니다. 노골적인 웃음 뒤로 사회를 비판합니다. 그래서 졸라 웃기기는 웃긴데, 씁쓸해요. 책에 실린 단편소설의 내용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면, '유괴천국'은 부모들의 욕심 때문에 어린 시절을 공부에만 빠져 살아야만 아이들을 돈 많고, 똑똑하고, 행동력 있는 3명의 노인이 유괴하는 내용입니다. '엔젤'은 제목 그대로 천사 같은 새로운 생명체를 발견하자 사람들은 마치 애완견처럼 귀여워하다 인간에게 해로움을 주자 가차 없이 죽여 버린다는 조금은 씁쓸한 내용입니다. 지구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어찌 보면 인간인데, 그런 인간이 다른 생명체의 필요성을 결정지어 버립니다. '도미오카 부인의 티파티'는 사원 아파트에 사는 주부들이 이사 아내의 비유를 맞추며 비굴하게 아부하는 내용입니다. 맛이 없는 쿠키도 최고로 맛있는 쿠키가 되고, 걸레 같은 식탁보는 화려한 식탁보로 탈바꿈합니다. 성공하기 위해 아부해야만 하는 그것도 직장 상사가 아닌 직장 상사의 아내에게, 설마라고요? 아마 우리 사회는 이 보다 더 심할걸요? 마지막 단 한 문장으로 상황은 역전되고, 비로소 씁쓸한 웃음이 흘러나옵니다. (미리 말하지만 대부분의 소설들이 이런 식이에요) '매뉴얼 경찰'은 제목 그대로 매뉴얼대로 행동하느라 자신의 아내를 죽인 남편의 자수를 잡기까지 무수하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 무능한 경찰(과 시스템)을 비판하는 내용이고, '나 홀로 집에 - 할아버지'(이 소설은 읽는 내내 졸라 웃겼습니다.ㅋㅋ)는 70세 먹은 할아버지가 아들 부부와 손자가 외식 나간 틈을 이용해서 (일부러 외식을 안 갔습니다) 손자가 숨겨 놓은 AV(포르노비디오)를 보기까지의 우여곡절, 게다가 도둑의 침입, 황당한 결말로 끝맺는 이야기입니다. '인형 신랑'은 역시나 제목 그대로 가문의 영광(?)을 위해 어머니의 꼭두각시로 초/중/고/대학을 졸업하고 결혼을 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마지막 상황 반전에서 역시나 ㅋㅋㅋ. 암튼 대부분의 단편소설들이 이런 식입니다. 웃기기는 웃기데 단순히 웃음만을 위한 이야기는 아니에요. 웃음 뒤에 사회 시스템을 노골적으로 비판합니다. 그래서 더욱 더 키득거리게 되는 것 같아요. 추천합니다.